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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대를 담는 그릇, 법제

등록 2022.11.2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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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규 법제처장

[서울=뉴시스] 이완규 법제처장. (사진=법제처 제공) 2022.11.25

[서울=뉴시스] 이완규 법제처장. (사진=법제처 제공) 2022.11.25



[서울=뉴시스]  세계 최대 사회 관계망 서비스 기업인 페이스북이 지난해 말 회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했다. 앞으로는 메타버스(현실과 같은 경제·사회·문화 활동이 이루어지는 3차원 가상 세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미에서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제는 '뉴 노멀(New Normal)' 시대를 넘어 불확실성이 일상화된 '뉴 애브노멀(New Abnormal)'의 시대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리곤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전환기를 맞아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나날이 불확실성이 커지는 현실 속에서 가장 견고하게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법' 역시 새롭게 변모하고 있다.

이달 초 정부는 '수입식품안전관리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경이 낮아진 만큼 수입식품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짐에 따라, 거위·칠면조의 알 등 동물성 식품에 대한 수입위생평가를 실시하여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수입식품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자동화된 방식으로 수입신고를 수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이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법제처는 이 법률안을 심사하기 위해 행정법·법제 전문가, 법령입안지원 담당자, 심사 담당자, 수입식품 정책 담당자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수입식품 자동 검사체계를 구축해 신고서 접수부터 확인증 발급까지 전 과정을 자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지원했다.

농업도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어 '스마트'라는 새 옷을 입었다. 농업에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도입해 농업을 자동화·무인화함으로써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스마트농업'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스마트농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했다.

법제처는 법률안이 국회에 제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심사하는 한편, 스마트농업의 육성을 위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이 타당한 지부터 법률안에 담긴 각종 특례, 자격제도의 도입, 인가·허가 등의 의제 관련 내용이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되지는 않는지, 법리상 문제는 없는지 등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법령은 정책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앞서 언급한 두 법률안은 모두 윤석열정부의 국정과제 법률안으로서 각각 '안심 먹거리, 건강한 생활환경'과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법안이다. 두가지 주요 정책을 법령이라는 그릇에 담아 안정적이면서도 체계적으로 발전시키려는 취지인 것이다.

옛 중국 한나라의 학자 동중서는 무제에게 "거문고 줄을 바꿔야 하는데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연주가라도 조화로운 소리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한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낡음을 고집하는 어리석음을 버려야 한다는 성현의 지혜는 우리가 맞이한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가 변해가는 속도에 법이 결코 뒤처지지 않도록, 시시각각 변화하는 정책과 시대상이 법령이라는 그릇에 오롯이 담길 수 있도록, 법제처도 거문고 줄을 바꿔 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법제 업무에 임해 나가겠다.

▲인천(61) ▲서울대 법학과 ▲사법연수원 23기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장▲법무연수원 교수 ▲대전지검 서산지청장 ▲청주지검 차장검사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법무법인 동인 구성원변호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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