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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 집 마련 꿈'까지 정쟁 도구 돼서야

등록 2022.12.16 1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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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내 집 마련 꿈'까지 정쟁 도구 돼서야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부동산 문제가 정치 논리나 이념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정과제점검회의에서 한 말이다.
 
내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길어지자 이를 에둘러 지적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공공임대주택이 '선(善)' 즉,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의 바람과 달리 부동산 정책은 '정쟁 도구'가 된 지 오래다.

야당은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내년에만 5조6000억원이 깎여나갔다는 점을 지적했고, 여당과 정부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대응하면서 늘어난 예산을 정상화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 담긴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16조9000억원으로 올해(22조5000억원)와 비교해 대폭 줄어든 것이 맞다.

바꿔서 생각하면 최근 5년 평균 예산(16조8000억원)보다는 많은 수준이다. 주택 가격이 폭등한 시기에 맞춰 지난해와 올해 관련 예산이 1년 전보다 23%, 17%가량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전세시장 불안정에 대응하고자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공공전세 사업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되는데, 여기에 투입됐던 예산만 1조9000억원에 달한다. 사업 종료 시기는 이전 정권에서 정한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정상화를 주장하는 정부와 여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내년 예산안 처리는 뒷전이 됐다는 것이다.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12월 2일)과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까지 넘기면서 여야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2014년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이후 가장 느린 예산안 처리라는 오명도 뒤집어쓰게 됐다.

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정치적 시각 차이로 정쟁 거리가 된 것"이라며 "따지고 보면 사업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정책이 정쟁 도구로 쓰이면 그 피해는 국민이 떠안게 된다.

지난 정부에서 도입된 사전청약 제도도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공공 분양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의 사전청약 모집을 허용해줬다. 착공 시기에 맞춰 분양을 진행하는 일반청약보다 2~3년 앞당겨 주택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단기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후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정권 교체 시기를 앞두고 주택 공급 성과를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냐는 불만도 나온다.

올해 초 사전청약을 통해 검단의 한 아파트에 당첨된 A씨는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당초 본계약이 올해 9월이었는데 이를 넘긴지 오래다. 내년 7월에 계약이 이뤄질 것이라는 말도 돌지만 기대는 크지 않다.

민간 분양 사전청약에 당첨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주택 청약에 도전해볼 기회도 없다. 당첨자 지위를 포기하면 되지만 2년 넘게 청약을 시도하면서 겨우 따낸 것이기에 쉽게 놓기 어렵다. 방 2개짜리 전셋집 한구석에 모셔둔 사전공급계약서에는 이제 먼지만 쌓이고 있다.

지금도 국회에서는 내년 예산안과 세법 개정을 둘러싼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숫자만 들이대면서 상대 진영을 공격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각 정당의 입맛에 맞는 예산안을 만드는 과정도 아니다.

1년 치 나라 살림을 결정짓는 문제이고, 그 숫자 안에는 무수히 많은 국민의 삶이 걸려있다. 더군다나 내년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진다. 서로 중재안만 넘기면서 간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예산안을 내놓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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