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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에 한파·文정부 탓 산업부…'뒷북 대응' 논란도

등록 2023.01.27 15:00:06수정 2023.01.27 2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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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정치권·대통령실 이후 '늦장대응'에

'예상못한 한파', "평소보다 사용량 2배"

가스공사 미수금 9조 중 5조는 文정부

2분기 추가인상 전망…"현실화 불가피"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일준 2차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2.15.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박일준 2차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화를 하고 있다. 2022.12.15.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가스요금 인상과 한파 여파로 곳곳에서 '난방비 폭탄' 비명이 커지는 가운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대응에 비판이 나온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안이었음에도 대통령실보다 '늦장 대응'했다는 점에서다. 대응도 '한파'와 '문재인 정부' 탓으로 일관한 반면 요금 인상과 예산 지원을 제외한 근본적인 고민은 부족했다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늦은 대응 지적에…"예상보다 이른 한파"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지난 26일 오후 3시께 정부세종청사에서 백브리핑 형식으로 취재진에게 난방비 인상과 관련한 여러 의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산업부는 전일 난방비가 2배 이상 나왔다는 언론보도와 함께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넘어 이슈가 정치권까지 번지자, 전일 오후 늦게 언론에 백브리핑 일정을 알렸다. 언론과 여론에 퍼진 오해를 해명하고 후속 지원책 등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사이 여론이 더 악화되자 결국 대통령실에서 먼저 움직였다. 전일 대통령실은 최상목 경제수석이 오전 9시 '난방비 절감 대책' 관련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출입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그야말로 긴급 브리핑이었다. 난방비 폭등 비판 여론이 들끓자 대통령실이 부처보다 앞서 신속 대응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실 수석급 인사가 이 시간에 브리핑을 진행한 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상목 경제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난방비 절감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1.26. yes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최상목 경제수석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난방비 절감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1.26. [email protected]


대통령실이 빠르게 움직인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이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9시 '난방비 폭탄 긴급 대책회의'를 열겠다고 예고하며 난방비 급등 이슈화에 나설 태세였다.

대통령실과 정치권이 이처럼 움직이자 산업부에서도 부랴부랴 난방비 후속 대책 발표에 나섰다. 난방비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을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상향하고 도시가스 요금 할인폭을 확대한다는 대책과 난방효율개선지원단을 설치한다는 자료를 연달아 배포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난방효율개선지원단 회의도 개최했다.

이 같은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늦장 대응'에 비판이 나왔다. 지난해 가스요금을 4차례 총 38% 올릴 때 이미 예견된 시나리오 중 하나임에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안일함에 대한 지적이었다.

박 차관은 이 같은 질문에 백브리핑에서 '예상 못한 한파'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동절기 사용량을 감안해 요금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올해 1분기에는 요금을 동결한 것인데, 한파 시기가 그 보다 앞당겨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절기 전력 수급대책 기간이 2월28일까지였다. 기상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1월3주차에 전력수요가 피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11월 말 대책을 발표할 때 이것들을 고려했고 (1분기에 요금 인상을 동결했던 것인데), 물론 다른 비상상황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하게) 전력수요 피크가 12월로 한 달 정도 당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적게 올라…폭탄 요금은 '한파 탓'

난방비가 평소보다 2배 넘게 나왔다는 '폭탄요금'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박 차관은 "국제 가스가격 변동폭을 보면 지난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전쟁이 본격화하던 지난 2월 말 가스 가격이 크게 오르며 2022년 9월 가격이 피크를 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정부 때 이미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은 가스요금을 올렸다"며 "전체적으로 가스 요금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가스요금은 한국이 제일 적게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가스요금이 많이 나온 이유는) 역대급 한파로 사용량이 2배 늘었기 때문"이라며 "통계를 보니 지난달과 이달 가스요금 사용량이 2배 정도 늘었다. 요금에 변화가 없더라도 11월과 12월 단순히 민수용 사용량 만으로도 (요금이) 2배가 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가정집에서 가스보일러가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와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더해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사용량이 늘면서 지난달 가구당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01.25. livertrent@newsis.com

[서울=뉴시스] 백동현 기자 = 25일 오전 서울 시내 한 가정집에서 가스보일러가 가동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로 도시가스 요금에 연동되는 액화천연가스와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고, 이에 더해 최근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 사용량이 늘면서 지난달 가구당 난방비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23.01.25. [email protected]


가스공사 미수금 중 절반 이상 '문 정부' 몫

문재인 정부에서 가스요금을 제 때 인상하지 않은 아쉬움도 표현했다. 그는 "새 정부가 (문 정부에서 넘겨받은) 5조원의 미수금을 갖고 시작하게 됐다. 지난해 3월 대선을 거쳐 5월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가스가격은 9월에 피크를 기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전정부와 새 정부가 (가스요금 인상에 미친) 영향은 얼마냐 이런 것을 계산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미수금을 계속 안고 있다는 것은 재무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요금 인상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정부의 가스요금 정책에 대해서는 "가스요금이 전세계적으로 전쟁 여파로 많이 올랐다. 문재인 정부가 전쟁을 예측하기 쉽지 않고, 서민을 위해 요금 부담을 줄여주려 동결했을 것이며, 나름대로 이런저런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며 "다만 어느 정도의 미수금이 불가피하더라도 민수용 부문에서는 연동제를 적용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요금을 조금 더 올려서 소비자에게는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그널을 빨리 줬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가스요금은 오는 2분기 추가 인상될 전망이다. 앞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5일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이 9조원 정도 누적됐다"며 "가스 요금을 어느 정도 원가에 맞춰 현실화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는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가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이 전쟁이 세계 가스 가격 향배에 영향을 미친다"며 "에너지의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어느 정도는 미수금을 줄여 가면서 요금을 어느 정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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