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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버거 반개·라면 반봉지…먹방 고정관념 깨는 '소식좌'

등록 2023.02.01 06:00:00수정 2023.03.15 15: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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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한 점 5분, 빵 한 입 7분 동안 씹어

크리에이터들도 소식 먹방 콘텐츠 게재

"콘텐츠 차별화"…'부작용' 우려 목소리도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는 지난해 7월11일 '저희 먹방 할 수 있을까요…소식좌 대표 박소현 & 산다라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브 흥마늘 스튜디오 채널 캡처) 2023.01.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는 지난해 7월11일 '저희 먹방 할 수 있을까요…소식좌 대표 박소현 & 산다라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했다. (사진=유튜브 흥마늘 스튜디오 채널 캡처) 2023.01.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많은 양을 빠르게 먹어 치우던 기존 '먹방(먹는 방송)'과 달리, 소량의 음식을 곱씹는 이른바 소식 먹방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

과거 먹방은 '햄최몇(햄버거 최대 몇 개)'과 같이 많은 음식을 먹는 내용들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이와 정반대 성격의 먹방도 하나의 트랜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31일 유튜브·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따르면 햄버거 반 개, 라면 반 봉지 먹방과 같이 이른바 '소식좌' 영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가 선보인 웹 예능 밥 맛 없는 언니들의 흥행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해당 콘텐츠는 탤런트 박소현·가수 산다라박이 고기 한 점을 5분, 빵 한 입을 7분 동안 씹는 등 소식좌로 불리는 이들의 먹는 모습을 담고 있다.

10번도 채 되지 않는 숟가락질 끝에 한 끼 식사를 마치거나, 커피 한 잔으로 끼니를 때우는 장면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영상은 많게는 500만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소식을 주제로 한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유튜버 '구소애나'는 유부초밥·계란밥·핫도그 등 다양한 먹방을 선보이고 있지만 대체로 돈가스 4분의 1조각, 토스트·샌드위치 절반 등 소식 먹방 브이로그가 주 콘텐츠다.

또 다른 유튜버 '햇병아리'도 김밥 한 줄로 하루를 보내거나, 한 끼에 라면 반 봉지 또는 사과 4조각·고구마 절반을 먹는 등 소식 먹방을 주로 다룬다.

'sunu 선우'는 닭가슴살 스테이크, 짬뽕, 김밥 등 4일간의 식사 장면을 담은 영상을 '하루 300칼로리…입 짧은 소식가의 4일 먹방'이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바 있다. 또 짜장면 반 그릇, 치킨 2조각, 햄버거 반 개로 한 끼를 해결하는 '지뻔뻔'의 소식좌 영상은 265만여회가 조회되기도 했다. 

틱톡커 'hey._.tey'도 느림보의 소식가의 하루 종일 먹은 것들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소식 먹방을 보여주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관련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온다.

대체로 느린 속도로 적은 양의 식사를 진행하는 이들은 식단·건강식 관리, 체질 등을 소식의 이유로 꼽는다.

해당 콘텐츠를 찾는 이들은 '대리 만족', '식습관 배우기' 등을 이유로 들었다.

직장인 고모(32)씨는 "원래 먹방을 보면서 저녁 메뉴를 골랐는데, 요즘에는 대리 만족을 위해 소식 콘텐츠를 보고 있다"며 "어떻게 해야 밥을 조금 먹는지 방법을 배우려고 한다. 보면서 오래 씹고 적게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영상을 보면서 천천히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한 몸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좋은 영향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식 먹방이 콘텐츠 차별화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적게 먹는 분들 입장에서는 자기 취향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나왔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것"이라며 "일반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너무 먹는 것들을 보니까 그 자체가 주는 불편함도 좀 있었다. 적게 먹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런 것들을 확인하고 싶은 욕망도 있다. 다양성 차원에서는 굉장히 환영받는 분위기"라고 봤다.

이어 "건강 때문에라도 그렇게 (많이) 못 먹는 분들도 있지 않나, 그럴 때 먹방을 보면서 대리 충족하는 욕망도 분명히 있는 것"이라며 "소식도 마찬가지로 오히려 너무 과도하지 않으면 건강할 수 있다는 것들을 확인하면서, 과하게 많이 먹었던 사람이라면 조금 줄여가고 싶은 욕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황용석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건강 관리 부분으로 다이어트에 대한 욕구가 아닐까"라면서도 "기호 등을 보다 세분화시켜 콘텐츠 차별화를 해나가야 되니까 크레이터들이 새로운 니치마켓을 계속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거다. 먹방 자체가 굉장히 큰 네이티브 애드 시장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는 다이어트 시장이 엄청 크지 않나, 날씬하고자 하는 욕망이 어느 나라보다 큰 나라가 한국"이라며 "적게 먹는 콘텐츠도 잠재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신체, 식욕에 대한 욕망 두 개의 대립적인 욕망 구조가 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극단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경우 사회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덕현 평론가는 "과거 먹방에서 많이 먹어야 복스럽고 이런 것처럼, 소식도 마찬가지로 그런 식으로 자꾸 제시가 되는 부분들은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양 극단으로 가는 것은"이라며 "잘못된 영향을 주면 마치 그것만 해야 되는 것처럼 보이는,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 균형 잡힌 시선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반면 황 교수는 "대부분 이런 것들을 우리가 이제 스낵 컬쳐라고 한다. 굉장히 중요한 정보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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