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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뭇매 자초한 은행들, 이자 의존도 낮춰야

등록 2023.02.24 11:54:11수정 2023.02.24 11:5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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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뭇매 자초한 은행들, 이자 의존도 낮춰야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되도록 덜 일하고 연봉은 더 받는 직업. 업종을 불문하고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근무조건일 것이다. 은행들은 최근 이를 적극적으로 실현하려고 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코로나로 1시간 단축 운영해온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데 노조가 나서 반대했지만 여론의 뭇매에 좌절되면서 원상복구로 일단락됐다.

그동안 은행들은 금리인상기를 맞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해왔다. 국내 5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50조원에 달하는 이자이익을 통해 18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남겼다. 이에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는 행원당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과 6억~7억원에 이르는 퇴직금을 지급했다. 5대 시중은행의 한 해 성과급만 1조3823억원 규모로 전년보다 35% 급증했다. 거액을 일시에 받고 나가는 희망퇴직은 은행권에서 일종의 복지혜택으로 관행이 됐다.

고객의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그들만의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 배경이다. 서민들이 치솟는 금리로 허덕이는 와중에 은행은 영업시간을 줄이고 예대마진을 늘려 앉아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공분을 산 것이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돈 잔치'를 질타하며 과점 구도인 은행업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문해 금융당국이 착수에 들어갔다.

내부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엄연히 주주가 있는 영리기업으로서 금리인상기를 맞아 호실적을 거뒀고, 이를 바탕으로 성과를 받은 것인데 유독 은행에만 엄한 잣대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증시 활황기에 최대 실적을 내고 이에 기반한 성과급을 지급했던 증권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설명이다.

관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노조는 시장의 자유를 제한하는 현 정부의 행보로 외국인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은행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비난한다. 국내은행의 이자마진과 예대금리차가 해외 주요국보다 낮다는 반발도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그 어느 때보다 냉랭하다. 당국을 넘어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 전까지 자체적인 변화 노력이 없거나 미미했던 탓이다. 그동안 국내 은행권은 손쉽게 수익을 내는 예대마진을 통해 성과를 올리는 데 치중해왔다. 전체 수익에서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을 정도다. 반면 글로벌 금융사들은 신사업과 해외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비이자이익이 40%를 넘어 이자이익과 비슷한 비율로 올라섰다.

이제 상황은 대통령 지시로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은행 과점 해소 방안을 마련하는 단계로 넘어왔다. 이 역시 관치의 부작용 등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가 자초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자의든 타의든 이번 기회를 통해 국내 은행들은 대내외 경쟁력을 높이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금 회복해 나가야 할 때다. 외환위기 당시 국민의 세금으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사실만 봐도 은행에는 일반적인 여타 영리회사들과는 다른 막중한 책무가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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