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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못하면 신약개발은?…오가노이드가 대체할것"[인터뷰]

등록 2023.03.02 07:01:00수정 2023.03.02 07: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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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노이드 개발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 인터뷰

동물실험 의무화 제외로 ‘오가노이드’ 대체시험법으로 부상

“동물대체시험법, 오가노이드가 가장 빠르고 잘 재현할 것”

[서울=뉴시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가 지난 24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가 지난 24일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오가노이드사이언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오가노이드는 동물실험을 재현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를 장이나 간, 위와 같은 장기처럼 입체 구조로 배양한 것으로, 장기 모사체로 불린다. 최근 동물실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도 비임상시험에 동물실험 의무화를 제외하면서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오가노이드가 떠오르고 있다.

국내 오가노이드 개발 기업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오가노이드가 점차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가 동물 모델보다 더 정확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 오가노이드 기반으로 약물 효능 평가를 하는 ‘오디세이’ 플랫폼으로 피부와 장 오가노이드를 연구 중이며, 향후 뇌와 간 등까지 연구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유종만 대표는 지난 24일 진행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물실험은 기존에도 사람에 적용했을 때와 차이가 크고, 그럼에도 동물실험으로 동물을 희생시키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다”며 “현재까지는 사람을 가장 잘 대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동물실험이 있었으나, 동물이 아닌 사람세포로 실험을 하면 동물보다 더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가노이드”라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장의 경우 미생물 부착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있는데, 장 오가노이드를 2차원으로 펼쳐 여기에 미생물을 뿌린 뒤 얼마나 미생물이 잘 붙느냐를 확인한다”며 “유산균을 먹으면 장에 얼마나 부착이 되느냐를 예측하는 것인데, 기존 동물실험으로는 특정 미생물이 부착하는지 등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그동안은 세포주로 실험을 해왔으나 동물실험이나 세포실험보다 정확한 것이 오가노이드”라며 “각 장기별로 인체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이 오가노이드로, 다른 시험법과 우월성을 확인해 표준화된 테스트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동물실험 대체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 FDA도 앞으로 신약개발 시 동물실험을 하지 않아도 신약을 허가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의약품 허가에는 생쥐와 같은 설치류 한종과 원숭이, 개와 같은 비설치류 종에 대한 독성 시험을 요구하고 있으나, 작년 12월 미국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2023년 통합세출법에 ‘식품의약품화장품법’ 개정이 포함되면서 지난 80년 이상 진행해온 동물실험이 의무화에서 제외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지난해 11월 생물학적제제 완제의약품 기준 및 시험방법에서 ‘이상독성부정시험’을 삭제하는 ‘생물학적제제 등 품목허가·심사 규정’을 개정했다.

이상독성부정시험은 마우스나 기니피그에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해 제조 시 유입될 수 있는 외래물질로 인한 이상반응이 나타나는지 7일 간 확인하는 시험을 말한다. 사람이나 다른 생물체에서 유래된 것을 원료로 해 제조한 의약품인 백신 등 생물학적 제제 의약품 시험 과정에서 이상독성부정시험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뉴시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피부 오가노이드. 상단에 보이는 것이 머리털로, 120일 정도가 되면 전체가 풍성하게 뒤덮인다.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오가노이드사이언스의 피부 오가노이드. 상단에 보이는 것이 머리털로, 120일 정도가 되면 전체가 풍성하게 뒤덮인다. (사진=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유 대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 시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보다 유용할 것이란 분석도 내놨다.

유 대표는 “마우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이 되지 않아 연구 과정에서 유전자 변형 마우스를 사용하곤 했다”며 “특히 동물의 경우 편도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와 같은 호흡기 감염의 경우 마우스로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자체적으로 편도 오가노이드를 만들어서 코로나19 감염을 시켜봤더니 사람 반응과 매우 유사하게 나왔다”며 “미리 오가노이드를 준비했다가 감염병이 발생하면 바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급한 감염병 영역도 오가노이드가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오가노이드 역시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표준화된 시험법을 만들고 향후 장기 통합을 구현해 궁극적으로 인체 내 상호작용까지 파악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동물대체시험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를 통한 시험법을 표준화하기엔 쉽지 않지만 조절된 환경 속에서 시험을 한다면 동물실험에 비해 기술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정형화된 시험법을 만든다면 동물실험을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동물모델을 만들 때 마우스 등을 조작해 셋업을 시키는데, 결국 마우스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며 “동물실험도 표준화된 실험이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FDA가 동물대체시험법을 선언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추세를 예상한다면, 약물의 경우 안전성과 독성 두 가지 측면을 테스트하는데 독성의 경우는 동물실험을 한 번에 없애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독성의 경우 기존 동물실험을 유지하면서 오가노이드 등을 더해 당분간은 상호보완으로 가다가 점차적으로 완전히 대체하는 방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궁극적으로는 기술 개발을 통해 각각의 오가노이드를 물리적으로 연결하거나 조직칩·미세칩에 오가노이드를 넣은 오가노이드 칩으로 연결해 약물의 체내 상호작용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유 대표는 “오가노이드는 각각의 장기를 구현하는 것으로, 각각의 장기 완성도가 높아지면 통합을 해야 한다”며 “물리적으로 연결해 가상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 방향으로 충분히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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