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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전기료 걱정하던 문동은, 산업부는 해법 있나

등록 2023.03.15 1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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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경제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승주 경제부 기자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학교폭력 복수를 소재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인기리에 마쳤다. 고데기 학대부터 속시원한 결말까지, 손꼽히는 명장면이 차고 넘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를 출입하는 기자에게 기억 남는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난방비를 걱정하던 문동은(송혜교)의 모습이다.

주인공 동은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주여정(이도현)이 저택 마당 곳곳을 조명과 난로로 화려하게 꾸민 채 낭만적인 저녁을 준비했다고 말하자, 시큰둥하게 응수한다. "난 이러면 난방비 많이 나오겠다, 전기세 장난 아니겠단 생각부터 들던데"라며 "이럴 거면 생활비를 반반 내겠다. 그 전에 우선 이 불부터 끄고, 보일러도 낮추고"고 말했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지난해부터 낭만보다 에너지 요금 걱정이 고개를 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는 고물가와 맞물려 살림을 퍽퍽하게 만들었다. 지난해 전기요금 약 29.5%, 도시가스 36.2% 인상했을 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하지만 대책 마련에 손 놓고 있던 탓에, 산업부는 지난 겨울 역대급 한파에 요금 폭탄을 맞은 국민 원성을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산업부는 올초 부랴부랴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이는 '동은'의 방식을 닮았다. 요금 일부를 보전해주는 '난방비 지원'과 불을 끄자는 '실내온도 17도' 제한이다. 산업부는 난방비 지원 대상을 확대했고, 그 지원 액수를 늘렸으며, 등유·액화석유가스(LPG)까지 점차 사각지대를 없앴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자는 목소리도 높였다. 공공기관부터 솔선수범하자며 1019개 기관의 실내온도를 17도로 낮추도록 강제했다.

미봉책은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원성을 막기 위해 숙고하지 않고 던진 대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건강권을 호소하는 민원이 터져 나왔다. 참다 못한 일부 기관은 1억원을 들여 오리털 패딩을 지급했고, 냉골 속에서 일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대상에 청와대·총리실이 빠진 것에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 공감을 사는 것도 실패한 셈이다.

난방비 지원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 한국전력 등 에너지 공기업이 역대급 적자에 시달려 향후 요금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난방비 지원 규모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들의 자본잠식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 정부가 언제까지 세금으로 난방비를 보존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 곳간은 마르지 않는 샘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4일 산업부가 내놓은 '에너지 저소비·고효율' 범정부 대책이 뒤늦지만 반갑다. 매일 1㎾h씩 줄이는 범국민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고 산업·수송분야 에너지 효율을 제고하며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데 집중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여름철이 오기 전 동은이는 전기 요금 걱정을 멈출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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