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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경사 피살사건 21년만에 범인 잡히나?…경찰수사 속도

등록 2023.03.18 11:25:50수정 2023.03.18 11:3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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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9월 20일 백 경사 피살사건 발생

21년 뒤 '제보편지'로 전면 재수사 결정

이승만, 이정학 용의선상…엇갈린 진술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경찰청 추모의 벽에 있는 백선기 경사.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경찰청 추모의 벽에 있는 백선기 경사.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의 대표적 장기미제 사건인 ‘백선기 경사 피살사건’에 대한 경찰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이 이 사건에 대한 결정적 제보를 받고 전담수사팀을 편성, 재수사를 최근 결정하면서다. 21년 전 사라진 38구경 권총도 최근 확보하면서 백 경사 피살사건의 전모가 밝혀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백 경사 피살사건은?

지난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전북 전주북부경찰서(현 덕진경찰서) 금암2파출소에 순찰을 돌고 복귀한 경찰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당시 홀로 파출소를 지키고 있던 백선기(당시 54세) 경사가 책상 옆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쓰러진 백 경사의 주변 바닥은 빨간 피로 물들여져 있었다.

동료 경찰관이 백 경사의 생사여부를 확인했지만 이미 숨져있었다. 숨진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도 사라졌다. 사라진 권총에는 실탄 4발과 공포탄 1발 등 총 5발이 장전돼 있었다.

경찰은 사라진 권총으로 인해 추가 범행을 우려, 일대에 비상을 발동했다. 전북경찰청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특별수사본부는 크게 세 가지 방향으로 초점을 맞췄다. 단속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자의 소행, 다른 범행을 위한 총기 탈취, 원한관계 등이었다. 전과자와 인근 불량배, 정신이상자 등 용의선상 오른 인물만 300여명에 달했다. 폐쇄회로(CC)TV도 확인했지만 당시 캠코더 형식에 비디오 녹화방식으로 정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 더 많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03년 1월 15일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절도행각을 벌이다 20대 초반 3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내가 백경사를 죽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이들은 2002년 5월 22일 전주시내에서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백 경사에 걸려 오토바이를 압수당했다.

경찰은 “검거된 3명이 오토바이를 찾으러 파출소를 방문했고, 이 중 한 명이 흉기로 백 경사를 살해하고 권총을 탈취해 달아났다”고 발표했다. 사건은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들이 총기를 버렸다고 진술한 장소를 뒤졌지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권총을 찾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현장검증 후 이들은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진술을 뒤집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혹행위에 의한 수사가 의심된다’고 판단했다.

결국 20대 3명의 용의자들은 ‘백 경사 피살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현재까지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사라진 권총 내가 숨겼다’ 21년만에 나타난 사라진 총기

수사에 진척이 없던 ‘백 경사 피살사건’은 지난달 13일 경찰에 날라온 한 통의 편지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백 경사 피살사건에서 사라진 총기가 있는 위치를 알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틀 후 전북경찰은 편지를 보낸 제보자를 찾아갔다. 제보자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피고인인 이승만(52)이었다.

이승만은 ‘울산의 한 숙박업소에 있는 화장실 천장에 권총을 숨겨놨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색에 나선결과 화장실 바로 인근 천장에서 38구경 권총을 발견했다. 총기번호를 확인한 결과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총기번호와 같았다.

◇총기확보와 함께 수사 급물살

총기를 확보한 경찰은 수사부장을 필두로, 강력계와 미제수사팀, 강력범죄수사대, 과학수사계, 피해자보호계, 수사심의계 등 총 47명으로 구성된 전담수사팀을 꾸려 재수사에 착수했다.

이승만은 경찰에 “이정학(51)이 백 경사를 살해했다”고 지목했다. 하지만 이정학은 “이승만이 살해했다”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사건발생 전 당시 금암2파출소를 목격한 목격자도 다시 찾아 법최면을 통해 참고인 조사도 진행했다.

◇‘총기 탈취’,‘은행 강·절도’ 공통분모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0월 순찰 중인 경찰관을 승용차로 들이받아 의식을 잃게 만든 후 38구경 권총을 빼앗은 뒤 달아났다. 그로부터 2개월 후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는 피해자(45·은행 출납과장)를 탈취한 권총으로 살해한 뒤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갖고 도주했다.

이들은 2003년 1월. 대전 은행동 밀라노21에 세워진 현금수송차량을 통째로 훔치는 담대한 범죄도 저질렀다. 당시 차량에는 4억7000만원이 실려있었다.

특히 이승만은 대전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을 자신의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던 중 최근 경찰에 “이정학과 함께 범행했다”고 공동범행을 자백했고, 이정학도 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 경사 피살사건’은 대전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절도사건을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총기탈취 후 범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생기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은행 강도살인을 볼때 총기 탈취 후 범행이라는 공식이 있는데 밀라노21 현금수송차량 이전 백 경사의 사건이 발생한 점에 비춰볼때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단독범행'인가 '공동범행인가'

경찰은 백 경사 피살사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면서 용의선상에 이승만과 이정학을 올려두고 있다. 특히 이들 모두가 범인이거나 이 중 한명은 당시 범행을 저지른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최근 경찰청에서 파견된 광역범죄분석팀이 사건을 분석한 결과 백 경사 피살사건은 원한이나 보복보다는 무언가를 목적으로 한 범행이라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또 백 경사 피살사건이 발생한 전주 금암2동 파출소 후문에는 갈매기 무늬의 족적이 2개 발견된 점에 비춰볼 때, 범행 후 도주과정에서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족적은 동일인의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밖에도 백 경사를 찌른 흉기는 1개인 것으로 경찰은 분석해 단독범행의 가능성도 언급된다.

하지만 백 경사의 시신은 다른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백 경사의 목에 3번, 가슴에 2번, 등뒤에서 1번 찔렸다. 이 중 가슴에 1번, 등 뒤쪽에서 찔린 흉기 2번이 심장을 관통해 직접적 사인이 됐다.

백 경사의 손바닥 부근에 방어흔이 손바닥에 형성이 되어 있지만 소극적 방어흔이 형성된 점에 비춰볼 때 큰 저항은 없었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통상 적극적 방어흔은 손 뿐아니라 팔과 어깨 부근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지만 백 경사의 시신에는 손바닥 이외의 방어흔은 없기 때문이다.

백 경사가 강하게 저항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외부적 요인이 발생했을 수도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설령 혼자 범행을 저질렀더라도 순찰나간 동료들이 언제돌아오는지 망을 보거나 도주로를 확보하고 있을 수도 있어 공동범행에 무게도 실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총기와 족적 등 다양한 정밀분석을 벌이고 있다"면서 "단독범행인지 공동범행인지에 대한 부분은 아직 말하기 어렵다. 수사를 더 진행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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