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결산]국가부채 2326조 '역대최대'…투자부진에 총자산 첫 감소
국무회의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 의결
국가부채 절반 연금 부채…순자산 전년比 24% ↓
관리재정수지 -117조 '최대'…국채상환 2.8조 그쳐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한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공무원·군인연금의 미래 지불 부담이 늘면서 우리나라 국가부채가 역대 최대치인 2300조원을 웃돌았다.
국가자산은 투자환경 악화로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기금이 보유한 유동·투자자산이 쪼그라들면서 전년보다 29조8000억원(-1.0%) 감소한 283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가 총자산이 감소한 건 국가 재무제표가 작성된 첫 해인 2011년 회계연도 이후 처음이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늘어나면서 통합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확대됐다. 나라 살림살이를 가늠할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7조원으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중앙·지방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하는 나랏빚은 1000조를 넘어서는 등 국가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4일 국무회의를 열고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국가결산보고서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감사원 결산을 거쳐 5월 말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작년 국가부채 1년 새 131조↑…국가자산 사상 첫 감소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민생 안정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발행 잔액이 84조9000억원 증가하고 연금충당부채가 43조2000억원 늘어나면서다.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현금주의에 입각한 중앙·지방정부 채무 등 확정부채에 연금충당부채 등 비확정부채를 합산한 것이다. 연금충당부채는 공무원·군인연금으로 지급할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부채다. 정부가 당장 갚아야 하는 돈은 아니지만, 연금 조성액이 지급액보다 부족하면 정부 재원으로 충당해야 해 연금충당부채가 증가할수록 미래세대 부담도 커진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 국가 간 재정건전성을 비교할 때는 국채·차입금·국고채무부담행위 등 확정부채를 포함하는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하며 비확정부채는 포함하지 않는다.
세부적으로 보면 작년 확정부채는 전년보다 89조2000억원(10.9%) 늘어난 90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국채 발행이 증가하고 환율 상승으로 외화 외국환형평기금채권(외평채) 잔액도 늘었다. 외국환형평기금채권은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가 발행하고 보증하는 국채를 뜻한다.
비확정부채는 전년보다 41조7000억원(3.0%) 증가한 1418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연금충당부채는 1181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3조2000억원(3.8%) 증가했다. 공무원 연금이 35조2000억원 증가했으며 군인연금도 8조원 늘었다. 다만 증가폭은 전년(93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연금충당부채를 계산할 때는 미래가치를 현재 가치로 환산하는 할인율을 적용하는데 저금리 때는 할인율이 하락해 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지게 된다. 2022회계연도 할인율은 2.44%에서 2.42%로 0.02%p 내려갔다. 하지만 전년(0.22%p)보다는 하락폭이 축소되면서 연금 부채 증가폭이 작아진 셈이다.
이 밖에 보증·보험 등 기타 충당부채(61조9000억원)는 전년보다 7000억원 늘었다. 청약저축 등 기타 발생주의 부채(175조6000억원)는 주택도시기금 청약저축 예수금 감소(-7000억원) 등의 영향으로 2조1000억원 줄었다. 주택도시기금 청약저축(95조5000억원)은 대응 금융 자산이 있어 자체 상환이 가능하다.
지난해 자산 총액은 2836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투자 환경 등이 악화하면서 지난해 결산 대비 29조8000억원(-1.0%) 감소했다. 국가 총자산이 전년보다 감소한 건 재무 결산이 도입된 2011년 회계연도 이래 처음이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11조9000억원)가 확대되고 일반 유형자산(10조원) 등이 늘었지만, 유동·투자자산(1662조9000억원)이 1년 전보다 70조8000억원이나 줄면서 영향을 미쳤다. 전세자금대출 확대에 따라 융자금 채권은 증가(16조2000억원)했으나 투자환경 악화로 공적연금기금이 보유한 유동·투자자산은 감소했기 때문이다.
정희갑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2021년 코로나 회복 국면에서 국민연금의 유동 투자 자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다"며 "2021년 국민연금 수익률은 10.8%였는데 지난해는 -8.2% 수준에 머물면서 자산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자산이 부채보다 많이 증가하면서 순자산(자산-부채)은 510조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670조7000억원)보다는 24.0%(160조7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자산이 전년 대비 감소한 건 2020년 회계연도 이후 2년 만이다.
순자산은 2018년 443조2000억원, 2019년 555조7000억원, 2020년 505조4000억원, 2021년 670조7000억원, 지난해 510조원을 보였다. 이례적으로 자산이 증가한 2021년을 제외하면 예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나랏빚 1000조 돌파…관리재정수지 적자 '역대 최대'
중앙정부(1033조4000억원) 채무는 1년 전보다 94조3000억원 늘었지만, 지난해 예산 대비로는 4조3000억원 감소했다.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주택채가 3조7000억원 쪼그라든 영향이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1년 전보다 2조7000억원 늘어난 34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방정부 순채무는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전망치로 6월 지방 결산 이후 확정된다.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은 617조8000억원, 총지출은 682조4000억원이었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이 더 커지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64조6000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1년 전보다 34조1000억원 확대됐다.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0%로 1년 전보다 1.5%p 상승했다.
사회보장성기금수지는 54조5000억원 흑자를 냈다. 기금별로는 국민연금이 52조7000억원으로 흑자 규모가 가장 컸다. 사학연금과 산재보험도 각각 6000억원 흑자였으나 고용보험은 1조3000억원 적자였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1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적자 규모가 26조4000억원 확대되면서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가 작년 2차 추경 기준 예산 때 전망했던 110조8000억원보다도 6조2000억원 늘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지표로 꼽힌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로 전년보다 1.1%p 악화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가계부채가 부담되면서 중소기업 등의 융자금 상환을 만기 연장했다"며 "연말에 들어올 돈이 안 들어오면서 수입이 5조5000억원 줄고, 지출 늘어난 부분 7000억원이 더해져 2차 추경 대비 악화됐다"고 말했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 6조원…국채 상환 2.8조뿐
총세출은 전년보다 62조8000억원(12.6%) 증가한 55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극복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으로 재정 집행이 증가한 결과다.
집행률은 전년(97.6%) 대비 0.7%p 감소한 96.9%에 그쳤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감소에 따른 부동산 교부세 불용(-2조1000억원),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 이자 상환(-2조1000억원) 등에 기인했다.
결산상 잉여금(총세입-총세출)에서 다음 연도 이월액 5조1000억원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9조1000억원이다. 세부적으로는 일반화계 세계잉여금 6조원,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3조1000억원이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지방교부세 4000억원이 지방자치단체에 돌아간다. 정산하고 남은 금액의 30%인 1조7000억원은 공적자금상환기금에 출연하게 된다.
이후 남은 금액의 30%인 1조2000억원은 국채 상환 과정을 거친다. 즉 작년 세수 호황에도 불구하고 나랏빚을 갚는 데 활용한 돈은 1조2000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난 나머지 재원 2조8000억원은 향후 추경 편성 때 사용하거나 세입으로 이입할 수 있다.
특별회계 세계잉여금 3조1000억원은 개별 특별회계 근거 법령에 따라 해당 특별회계 자체 세입으로 이입된다.
기재부는 "이번 결산을 계기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보다 엄중한 인식하에 정부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며 "2024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도 2022회계연도 결산 내용을 반영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 사업 등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정 성과관리를 강화하고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며 국유 재산을 적극 활용하는 등 예산 외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건전재정 기조를 일관되게 견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3.03.22.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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