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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 목소리' 분석해보니…235개 범죄조직에 633명 활동, 1명이 최대 34회 가담

등록 2023.05.31 12:00:00수정 2023.05.31 13: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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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국과수, 보이스피싱 음성파일 1만2323개 분석

5513명 연루, 2회 이상 44.8%…범죄조직엔 633명 가담

기검거자 음성 비교, 여죄 추궁 및 연루자 수사에 활용

‘그놈 목소리' 분석해보니…235개 범죄조직에 633명 활동, 1명이 최대 34회 가담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범죄가 조직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최근 8년간 피해 신고된 보이스피싱 음성파일을 통해 범죄 용의자 5500여 명의 음성이 식별됐고 2번 이상 범죄에 가담한 경우가 절반에 육박했다. 확인된 범죄조직만 235개에 달했다.

행정안전부 통합데이터분석센터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3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정책설명회를 열어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모델은 지난해 8월 국과수의 제안으로 행안부가 3억원을 지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해낸 것이다. 인공지능(AI)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기반으로 단 30초 만에 목소리 동일성 여부를 판별하고 발성·발음 특징 유사성에 따라 범죄자 군집화까지 가능하다.

음성 판독률은 기존 외산 모델 대비 약 77% 높다. 범죄자를 범죄자로 판별한 경우의 신뢰도 수준을 뜻하는 동일화자 및 군집화에 대한 정확도는 약 96.6% 수준에 이른다.

[세종=뉴시스] 범죄조직 그룹화 개념.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세종=뉴시스] 범죄조직 그룹화 개념.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양 기관은 지난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금융감독원을 통해 피해 신고된 1만2323개(남성 1만368개, 여성 1955개)의 음성 파일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분석 대상 음성에서 중복된 음성을 제외한 범죄 가담자는 5513명으로 파악됐다.

범죄 가담 건수는 1회가 3042명(55.2%), 2회 이상이 2471명(44.8%)으로 나타났다. 10회 이상 가담자는 119명이고, 한 사람이 최대 34회의 각기 다른 범죄에 가담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2명 이상으로 구성된 동일범죄 집단으로 군집화한 결과, 235개 범죄 조직에 633명이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조직 규모는 2명이 160개로 가장 많았다. 3명 47개, 4명 11개, 5명 7개, 6명 5개였다. 가담자 규모가 가장 큰 조직은 18명에 달했다.

이들 범죄조직이 가담한 범죄 건수는 총 2866건이었으며, 18명 규모로 파악된 범죄조직이 가장 많은 137건의 범죄에 가담했다.

반면 4880명에 대해서는 범죄그룹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분석 대상 음성파일이 많을수록 범죄그룹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게 국과수 측 설명이다.  

변준석 국과수 디지털과장은 "개별 기관별로 관리 중인 범죄자 음성파일을 확보해 분석한다면 범죄그룹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범죄자의 조직 그룹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분석모델의 활용 범위를 전세대출사기, 마약 판매 등 보이스피싱 전반에 범죄자들 간 연관성을 확인하는 과정까지 확대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세종=뉴시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보이스피싱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실제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음성데이터 1만2323개를 분석한 결과.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세종=뉴시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세계 최초의 보이스피싱 음성분석모델을 활용해 실제 보이스피싱으로 신고된 음성데이터 1만2323개를 분석한 결과. (자료= 행정안전부 제공)


행안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국무조정실 산하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TF)'에 공유할 방침이다. 오는 7월부터는 각급 수사관들이 수사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찰청과 협업해 실무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이번에 파악된 범죄 조직 정보와 이미 검거된 범죄자의 음성을 비교하면 여죄 추궁과 연루자 파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그놈 목소리' 영화의 모티브가 된 1991년의 이형호(당시 9세)군 유괴 살해 미제 사건을 풀기엔 한계를 안고 있다. 당시 유괴범은 이군을 살해하고도 부모에게 60여 차례 전화를 걸어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고 협박했으나, 서울 말씨의 30대 남성으로 추정됐을 뿐 끝내 밝혀내진 못했었다. 

박남인 국과수 디지털과 연구사는 "30여년 전 용의자로 추정되는 남성의 음성 데이터를 분석하기란 사실 어렵다. 시간이 오래 지나 발성·발음 등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턱없이 부족한 음성 감정 전문인력도 숙제다. 보이스피싱 녹취록의 전처리 과정을 단 2명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 과장은 "하루에 평균 4~5건의 보이스피싱 음성 분석 의뢰가 들어올 정도로 업무량이 상당해 내부적으로도 증원 요구가 많다"면서 "행안부가 인력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선용 행안부 정부혁신조직실장은 "보이스피싱 음성분석 결과를 수사 현장에 적극 활용한다면 범죄자 검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음성분석 역량을 강화할 수 있또록 조치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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