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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명장 "자동차 EDR 브레이크, ON·OFF 아닌 % 표시해야"

등록 2023.09.25 07:00:00수정 2023.09.25 07: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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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 명장이 말하는 급발진 사고 대처법

박병일 명장 "자동차 EDR 브레이크, ON·OFF 아닌 % 표시해야"

[인천=뉴시스] 이루비 기자 = "우리나라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운전자가 원인을 밝혀내야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 자동차 정비 부문 명장으로 선정된 박병일(66) 명장은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에 운전자가 브레이크 페달을 얼마나 세게 밟았는지 퍼센트(%)를 표시해야 한다"고 25일 말했다.

현재 EDR에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압력이 마스터 실린더 등에 얼마나 전달됐는지 보여주는 '제동 압력 센서값'이 아닌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안 밟았는지만 알 수 있는 '제동 페달 작동 여부'만 온·오프(ON·OFF)로 기록하고 있다.

박 명장은 "현재 EDR의 브레이크 작동 여부 표시는 법적으로 자동차 제조사에 유리하고, 소비자(운전자)에게는 불리하다"면서 "이를 % 표시로 바꾸면 급발진 사고 발생 시 운전자의 오작동인지, 자동차의 결함인지 쉽게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990년대 후반 국내 자동차 급발진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을 무렵, 뉴스를 접한 국민들은 자동차 결함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기보다는 대다수 사고 원인을 운전자의 과실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전문가들조차 "자동차 공학 논리상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착각해 액셀 페달을 밟는 바람에 엔진 RPM이 급격히 치솟고 차가 튀어 나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였다.

이후 급발진 추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EDR이 언급되며 마치 운전자들에게 유리한 증거가 될 것처럼 비쳤다. 하지만 현실은 EDR의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가 자동차 제조사 측에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박 명장의 지적이다.

설령 운전자가 사고 직전 브레이크를 밟았다는 ON 표시가 EDR에 기록됐더라도 자동차 제조사에서는 "브레이크를 밟기는 밟았네요. 그런데 꽉 밟지는 않았네요"라고 반박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꽉' 밟았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면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와 반대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얼마나 강하게 밟았는지는 %로 변환돼 EDR에 기록되고 있다. 이 '가속페달 변위량'이 99% 이상일 경우 '풀 액셀을 밟았다'고 평가한다.

박 명장은 그동안 정부와 자동차 제작사 등에 이 같은 주장을 피력했지만 지금까지도 달라진 것은 없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국내 제조물 책임법(PL법) 또한 외국법과 달리 원인을 밝히는 주체가 소비자 측이라 급발진 추정 사고를 당할 경우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많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동차 급발진 추정 사고를 당한 운전자들은 당시 상황을 재현하려고 해도 재현이 안 되니 답답하고 억울할 것"이라며 "제조사가 입증 책임을 지는 쪽으로 제조물 책임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동차 급발진으로 억울한 사고가 났을 경우, 운전자는 절대 그 차를 폐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증거품이 없어지면 급발진 원인을 정확히 분석할 수 없고 소송 시 운전자에게 매우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사고 차량의 블랙박스와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을 꼭 확보해야 한다고 알렸다. 특히 블랙박스 녹화 시에는 음성시스템이 정상 작동돼야 급발진 분석에 유리하다. 또 급발진 사고에 대한 운전자의 오작동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최근 페달 부분에 설치하는 블랙박스가 출시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자료들이 없다면 적어도 사고 당시 주변에 있던 차량의 전·후방 블랙박스 영상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행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제조사가 EDR에 브레이크 페달 작동 여부 등 15가지 항목을 기록하는지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의무화된 기록 항목에 '제동 압력 센서값'을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 내년께 시행규칙 개정을 완료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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