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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인 가족 개인정보 무단 열람한 공무원 무죄…왜?

등록 2023.09.28 12:54:05수정 2023.09.28 12: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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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보보장시스템으로 52차례 개인정보 열람

권한 남용 인정되지만 처벌 조항 없어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eastsky@newsis.com

[부산=뉴시스] 이동민 기자 =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email protected]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부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내부 시스템을 통해 전 연인과 그 가족들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무죄를 선고받았다. 처벌 조항이 없어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4단독(오흥록 판사)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0대·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부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사회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통해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A씨는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해당 시스템을 통해 교제하다 헤어진 B씨와 B씨의 아버지, 동생 등 3명에 대한 개인정보를 총 52차례에 걸쳐 취득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B씨와 2021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교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복지 수당 수혜자를 관리하기 위해 정부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으로, A씨는 이를 통해 B씨 가족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할 수 있다.

A씨는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하며 개인정보를 열람할 권한을 포괄적으로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열람 과정에서 B씨의 동의는 없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가 민원을 제기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B씨 아버지의 동의와 정당한 절차 없이 정보를 습득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1호, 제72조 2호를 위반한 것으로 봤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사람으로 하여금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하거나 처리에 관한 동의를 받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제72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자'를 처벌하고 있다

재판부는 A씨의 범행에 대해 "A씨가 개인정보를 열람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은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지정된 특정 단말기를 통해 로그인한 상태에서 해당 정보를 단말기에 입력한 것이 전부"라면서 "실제로 개인정보를 열람할 때마다 그 사유를 추가 입력한다거나 상급자 결재를 받는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추가 절차는 마련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조항을 해석하면 단순히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는 데에서 나아가 '무언가 부정한 수단·방법을 이용하는 행위'가 필요하다"며 "이 사건은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경우'에 해당된다. 법률 제72조 제2호가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자'를 처벌하는 외에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취득한 자'를 처벌하고 있지 않은 점. 59조가 단순 권함 남용을 처벌하면서도 '취득' 행위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로써 A씨의 범행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A씨에게 잘못한 점이 없진 않지만, 검찰이 문제 삼은 조항이 합리적 의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가 권한을 넘어 정보를 취득하긴 했지만, 보안 절차를 무력화하거나 허위 사유를 입력한 사실이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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