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동결'…언제까지 관망하나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2017년 제1차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고 있다.2017.01.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옥주 기자 = 한국은행이 예상대로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경기를 되살리기 위해 한은이 좀 더 완화적 통화정책을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지만 대내외 산적한 리스크 요인들이 어떠한 파급효과를 몰고 올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망' 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오는 20일 미 대통령에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향후 행보도 여전히 가늠하기가 힘들다.
대내적인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우리 경제는 고용난, 소비 위축에 따른 추가 경기 악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최순실 사태'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까지 떠안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지난달 출입기자들과의 만찬 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의 여력이 소진됐다거나 없다고 판단하진 않지만 불확실성이 클 때는 조금 더 확인하고 다져가면서 정책을 펴 나가야한다"고 밝혀 기준금리 정책을 신중하게 운영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은이 적어도 올해까지는 금리를 묶어둘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하지만 미국 신정부 경제 정책 불확실성을 금통위가 간과하기는 어렵다"며 "트럼프 변수로 시장 변동이 확대될 수 있는 상황에서 금통위는 당분간 선제적으로 통화정책에 변화를 주기보다 동결기조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1999년 6월 미국 인상 이후 8개월 뒤인 2000년 2월에 한은이 금리를 올렸고, 2004년엔 미국의 인상 이후 16개월 후인 2005년 10월에 금리를 올렸다"며 "한은이 올해 중 금리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이번에는 25개월 이상을 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가계부채 증가세만 제어된다면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로 하향 조정하는 등 국내 경제의 하방위험이 확대되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회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KDI는 2017년 성장률 전망치를 2.4%로 하향하면서 재정정책 확대와 함께 추가 금리 인하를 권고하기도 했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금통위원이 가계부채에 민감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계부채가 잘 제어되고 있다는 인식이 높아질 때까지는 금통위원들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보다는 관망스탠스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다만 그는 "연말을 넘어 연초에도 추경이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만큼 경기인식에 비관론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가계부채만 잘 제어된다면 금리인하와 추경이 비슷한 시점에 발표될 가능성이 있고 탄핵 및 대선 스케줄을 감안하면 그 시점은 빠르면 5월, 늦으면 7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전날인 12일 발표한 '2016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폭이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미 금리인상에 따른 본격적인 대출 금리 상승과 주택거래량 감소로 인해 기세가 한 풀 꺾인 것이다.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은 전월에 비해 3조5000억원 증가한 708조원을 기록했다. 증가폭은 2016년 2월(2조9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폭이다. 주택담보대출(한국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주담대)도 지난 한 달 동안 3조6000억원 증가하는데 그쳐 지난해 2월(2조6000억원)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인상폭이 가팔라져 한미 금리차 역전이 이뤄질 경우 한은도 결국 금리인상 압박을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달 인상으로 0.50~0.75%가 됐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금리격차는 0.50~0.75%포인트로 좁혀졌다. 미국이 만약 올해 3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한다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는 역전된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연내 금리인하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한·미 기준금리 축소 부담은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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