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미세먼지 대책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 발표문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청 집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숨 쉴 권리는 최우선으로 보장받아야 할 시민의 첫 번째 권리입니다. 미세먼지로부터 생존권을 위협 받는 지금은 명백한 재난 상황입니다. 공중에 떠다니는 침묵의 살인자, 일급 발암물질을 무기력하게 보고만 있어야 합니까. 시민들의 숨 쉴 권리를 위해, 맑은 공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저와 서울시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지난 며칠, 저는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하나인 대중교통 무료정책 논란의 한복판에 서있었습니다. 비판의 목소리, 성원의 박수, 하나하나 귀담아 새기고 있습니다. 앞으로 시민 여러분의 의견을 더 가까이 청취하며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가겠습니다.
수많은 의견들 가운데, 가장 절박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이었습니다. 한국 갤럽이 미세먼지와 불편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040 여성의 98%가 '불편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실제로 영유아, 어린이, 임신부는 특히 미세먼지에 취약합니다.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들에게 미세먼지는 공포입니다. 현실에선 이미 생존의 문제입니다. 미세먼지 대책은 모성을 보호하는 일, 미래세대가 자라나갈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일찍이 깨닫고 10여년에 걸쳐 지속적인 자구책을 펼쳐왔습니다. 시내버스 전량을 CNG 친환경버스로 교체했고 노후경유차에 대한 조기 폐차 및 매연 저감장치 부착을 단행했습니다. 미세먼지 국외 원인 해결을 위해 베이징, 울란바토르 등 동북아 13개 도시와 정기적인 포럼을 가지며 공동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장애인노인복지시설을 통해 미세먼지 취약계층에게 보건용 마스크를 보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대란을 대처하기에 장기적, 일상적 조치만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특단의 비상조치가 필요합니다. 지난 해 5월, 광화문 광장에서 3천명의 시민과 함께 미세먼지 대토론회를 열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광장의 시민들은 서로의 지식과 경험, 지혜를 모았습니다. 차량 2부제 자율시행, 대중교통 무료 및 증편 운행,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와 대기배출시설 가동률 축소 등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뜨거웠던 그날의 결과물입니다. 서울시는 현재의 조치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보다 종합적이고 실질적인 후속 대책을 실행하겠습니다.
첫째, 올해 상반기 전국 최초로 친환경 등급제를 시행할 것입니다. 정부 협의를 통해, 배기가스 배출 허용 기준에 따라 자동차를 7등급으로 구분, 시민들에게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확대하겠습니다. 반대로 공해를 유발하는 하위 등급 차량에 대해서는 단속과 규제를 강화할 것입니다.
둘째, 본격 전기차의 시대를 열겠습니다. 서울시는 이미 2017년 9월 전기차 시대를 선언, 11월에는 ‘2025년까지 전기차 10만대 보급’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전기차 사업을 포함한 대기질 개선대책 실행에 2022년까지 2조원에 이르는 투자를 추진하겠습니다.
셋째, 보행과 자전거 중심의 도로로 조속히, 그리고 완전하게 재편하겠습니다. 자동차에서 사람으로, 도로의 주인을 바꾸는 일입니다. 을지로와 퇴계로를 시작으로 주요 간선도로가 탈바꿈할 것입니다. 특히 녹색교통진흥지역에서는 차로를 최소화하고 버스전용차로, 자전거전용도로, 보도를 확대하겠습니다.
지난 주 첫 시행된 비상저감조치는 소모적인 실효성 논란에도 미세먼지 대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확산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종국에는 차량 의무 2부제로 가기 위한 마중물임을 시민들 스스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서울시의 독자적인 노력, 차량 자율 2부제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서울시는 중앙정부와 함께 중단 없는 노력을 해나갈 것입니다.
첫째, 무엇보다 시급한 차량 의무 2부제를 실시하고자 합니다. 현재 차량 의무 2부제 시행은 서울시장의 권한이 아닙니다. 따라서 고농도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차량 의무 2부제를 서울시장 특별명령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평창동계올림픽이 목전입니다. 이번과 같이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가 또 벌어진다면 큰일입니다. 대회기간 중 고농도미세먼지 발생 시 서울시내 차량 의무 2부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라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개정을 신속하게 이루겠습니다. 경기는 평창에서 열리지만 전세계 선수단과 정상들, 관광객들이 서울에 다녀가거나 머물게 되므로 서울은 올림픽 공동 개최지와 다름없습니다. 미세먼지 관리가 어느 때보다도 절실합니다.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가 국가적 과제이니만큼 차량 의무 2부제를 실시함으로써 평창올림픽을 환경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 이니셔티브를 강화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사회학자 울리히 벡 교수는 '글로벌 위험사회'에서 위험은 국경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세먼지도 그런 위험 중에 하나이며, 우리는 시도의 경계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시민의 태도로 미세먼지의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이에 서울시는 국내외 호흡공동체간 협력을 촉구하고 동시 대응을 선도할 것입니다. 먼저, 빠르고 효과적인 대처를 위해 중앙정부, 수도권 광역자치단체가 참여하는 미세먼지 범정부 TF를 제안합니다. 아울러 도시외교협의체인 동북아대기질개선포럼에서 각 도시의 목표를 재확인하고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협조 약속을 받아내겠습니다.
시민여러분,
최근의 미세먼지 대란은 그 어떤 재난보다도 엄중합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합니까. 국내에서 호흡기 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2010년에만 1만 7000명이었습니다. 0ECD는 2060년에 5만 2000명까지 늘어난다고 경고합니다. 미세먼지 대책의 실효를 따지기 전에 사태의 위중함을 직시해야 합니다. 논쟁보다 행동이 필요합니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습니다.
저는 미세먼지 대란의 최일선 사령관이라는 각오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것입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숨 쉴 권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미세먼지에 좋음이란 없습니다. 미세먼지는 언제나 매우 나쁠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마음껏 숨 쉴 수 있는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우리는 당장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실천해야 합니다. 서울은 언제나 사람이 먼저인 도시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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