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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비핵화 가능할까②] 현재 核 사찰 본질은 드러나지 않은 시설 불능화

등록 2018.05.11 07: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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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지하시설 신고…北 의지에 달려

전문가 "장기해체 어려워…단기간에"

풍계리 실험장 남은 핵물질 수거 관건

[北비핵화 가능할까②] 현재 核 사찰 본질은 드러나지 않은 시설 불능화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6월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막바지 조율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 비핵화 검증 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북한이 이번 달 풍계리 핵실험장의 모든 갱도를 폐쇄하고,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할 의사를 밝히면서 북한 핵시설의 동결·불능화에 이목이 집중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의제가 설정될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한반도 비핵화 의제와 관련해 '현재 핵', 즉 수백 곳에 이르는 북한 핵시설의 동결·불능화는 반드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완전 불능화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북한의 핵시설은 주로 서해와 동해쪽에 나눠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지난 2006년 냉각탑을 공개 폭파했던 평안북도 영변 핵단지와 제1~6차 핵실험을 실시해 익히 알려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등이다.

 영변 핵단지에는 IRT-2000형 연구용 원자로와 5㎿ 원자로, 25~30㎿급 경수로 등과 함께 동위원소생산시설, 방사화학실험실, 폐기물시설, 우라늄농축시설 등이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평안북도 태천 200㎿ 원자로·지하시설과 금창리 지하시설 등이 있으며, 양강도 영저리와 평안북도 천마산에는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아울러 북한은 세계최고 수준의 우라늄 매장량을 자랑하는 만큼, 함경도와 평안도, 양강도, 자강도, 황해도 일대에 우라늄 광산과 저장소, 제련시설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천연 우라늄 광산과 우라늄 제련시설 등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통상적인 사찰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보기관 보고서 등을 인용해 북한에 40~100개 핵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관련 산업을 모두 포함하면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중 IAEA와 미국 등이 사찰을 실시하게 된다면 가장 집중하게 될 곳은 '원자로'가 될 전망이다.

【서울=뉴시스】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0일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내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8월 28일 위성사진. 2016.09.21. (출처=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 홈피)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2016년 9월 북한 영변 핵시설 단지 내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을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8월28일 위성사진. 2016.09.21. (출처=미국 정책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 홈피) photo@newsis.com

원자로가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핵연료가 연소된 후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에서 핵폭발을 일으키는 물질인 플루토늄(Pu-239)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시설 규모로 비춰봤을 때 300명 정도되는 IAEA 조사관 전체가 투입돼도 검증하기에는 부족할 것으로 분석돼 검증 과정에서 인력 부분도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란에 투입된 조사관 80명을 제외하면 IAEA의 남은 조사관을 다 가용해도 220여명에 불과하다. 또 이들 중에는 국제법 전문가나 회계사 등이 포함돼 실제 검증 인원은 더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북한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불능화 작업은 짧으면 6개월 이내에도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서균렬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핵물질을 제거하고 완전히 (콘크리트) 석관(石棺)으로 묻어야 한다"며 "석관 작업은 빠르면 6개월이면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상업용 원자로와 달리 북한의 원자로는 핵무기 생산 용도였기 때문에 더 이상 쓸 수 없게 하려면 석관으로 덮을 수밖에 없다"며 "상업용 원자로처럼 장기적으로 해체할 경우 15년이 걸리지만 이를 미국이 용납할 거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이달 중 폐쇄 예정인 풍계리 핵실험장 문제도 남아있다. 북한이 지난 2008년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때처럼 극적인 연출을 위해 갱구·갱도를 폭파할 수 있으나 이는 붕괴나 방사능 물질 유출의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일각에서) 만탑산 핵실험장을 아예 못 쓰도록 폭파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위험한 발언"이라며 "함부로 폭파시키다가 자칫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터져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영변=로이터/뉴시스】지난 2008년 6월27일 일본 교도통신이 제공한 합성 사진으로, 이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2일 북한은 영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함께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하였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갰다고 발표했다.

【영변=로이터/뉴시스】지난 2008년 6월27일 일본 교도통신이 제공한 합성 사진. 이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주변국의 대북 에너지 지원이 이뤄지지 않자 2일 북한은 영변의 모든 핵시설들과 함께 2007년 10월 6자회담 합의에 따라 가동을 중지하고 무력화하였던 5MW 흑연감속로를 재정비, 재가동하갰다고 발표했다.

특히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만탑산은 이른바 '산 피로 증후군'(tired mountain syndrome)으로 지반이 크게 약화돼 있어 폭파할 경우, 핵실험으로 인해 생긴 지름 100m 이상의 지하 동공들이 추가적으로 무너져 내리면서 여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서균렬 교수는 "국제사회에 공개하기 때문에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는 있지만, 폭파는 이상적인 방법은 아니다"며 "그보다 좋은 것은 매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추론했을 때 콘크리트로 100m 정도를 막을 경우 핵실험장이 '불가역적'인 상태로 쓸 수 없게 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핵실험장 내부에 남아있는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수거하는 문제도 남아있다. 1945년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경우 사용된 65㎏의 고농축 우라늄 중 실제 분열한 것은 약 1~2%정도 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나머지 99%는 우라늄 형태로 흩어진 것이다.

 북한의 핵도 이와 비슷한 효율이었을 거라고 가정할 경우, 갱도 안에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이 상당히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수거할 필요가 있다. 서 교수는 "(핵실험장에서)남은 플루토늄이나 고농축 우라늄을 쉽게 끄집어 낼 수 있다. 이것은 약간만 처리하면 언제든 탄두로 다시 쓸 수 있다"며 "이것들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화학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원자로 다음으로는 재처리시설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이 지목된다. 재처리시설은 플루토늄 추출과 관련이 있고, 농축시설은 우라늄탄 제작과 관련이 있다.

 핵시설 사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의 비밀 지하 핵시설인데, 특히 고농축우라늄 시설은 지하에서 가동할 경우 사찰만으로는 파악하기가 어려운 만큼 김정은 위원장이 얼마나 성실하게 검증 절차에 임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즉 눈에 보이는 시설보다 드러나지 않은 시설에 대한 사찰 및 불능화가 핵심이라는 것이다.

 ksj8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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