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 임원 "김성태 딸 정규직 거절하자 상급자가 욕설"(종합)
이석채 등 업무방해 혐의 2차 공판
김기택 당시 인사 상무보 증인석에
"공채 진행 전부터 VVIP리스트 작성"
"정규직 거절하니 경영지원실장 욕설"
"서유열, 회장 관심사라며 채용 요구"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딸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 서울 남부지검 앞에서 지난달 23일 오전 억울함을 호소하는 1인 시위 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2019.07.23. [email protected]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6일 업무방해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 전 전무, 김기택 전 상무에 대한 2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 전 회장 등 이들 전 KT 임원들은 유력인사 자녀들을 위해 부정채용을 지시하거나 지시를 주도·실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김 전 상무가 증인석에 앉았다. 김 전 상무는 채용비리가 불거진 2012년 당시 인사담당 상무보를 맡고 있던 임원급 내부인사다.
김 전 상무는 이날 "2012년 하반기 대졸신입공채를 진행하기 한참 전인 2011년부터 스포츠단 사무국 파견계약직으로 입사한 김성태 의원의 딸을 VVIP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하반기 공채 서류접수 기간이 9월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접수였던 반면 VVIP리스트는 7~8월 사이에 작성됐다는 것이 김 전 상무의 설명이다.
그는 "당시 스포츠단이 인재기획실 바로 옆에 칸막이만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있어 실무진 중에서도 (그가 김 의원 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시 이 전 회장 쪽으로 VVIP 자제 중 회사에 대한 민원이 들어갔는데, 그때 비서실 통해 해당 자제들이 회사생활에 어려운 점이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VVIP 리스트를 만들었다"면서 "리스트를 만든 후 그들을 직접 만나 면담도 하고 식사도 하며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상무는 김 의원 딸을 대졸 공채전형 진행 중에 합격시켜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자 다른 임원이 욕설까지 했다는 당시 상황도 전했다.
김 전 상무는 "당시 (김 의원 딸이 파견직으로 일하던) 스포츠단 부단장이 김 의원 딸 프로필을 가져와 서유열 지시인데 정규직 전환시킬 방법이 있느냐고 물어보길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러자 좀 지나서 노사 업무를 총괄하는 경영지원실장이 전화를 걸어와 다짜고짜 욕부터 했다. 서유열 사장 지시인데 네가 뭔데 안된다고 하느냐는 이야기였다"면서 "이후 김 전 전무를 통해 서유열 사장이 (이석채) 회장님 관심사라 (김 의원 딸을) 채용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끝까지 반대했지만 결국 정규직 채용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회장 등은 2012년 KT 채용과정서 벌어진 총 12건의 부정채용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채용 과정별로는 2012년 상반기 KT 대졸신입사원 공채에서 3명, 하반기 공채에서 5명, 2012년 홈고객부문 공채에서 4명이다.
검찰 조사 결과 김 의원 외에도 허범도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전 사장, 정영태 동반성장위원회 전 사무총장, 김종선 전 KTDS 사장 등의 자녀나 지인이 채용 과정서 특혜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청탁 의혹을 받는 이들 중 유일하게 김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이 전 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했다.
검찰은 2012년 KT 하반기 대졸 공채를 통해 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김 의원 딸이 받은 특혜를 김 의원이 받은 뇌물이라고 봤다. 이를 대가로 김 의원은 같은 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국정감사에서 이 전 회장의 증인채택을 무산시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고 판단했다.
김 의원은 검찰 수사에 반발해 지난달 23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한편,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의 객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마당에 수사 과정에서나, 또 이제 재판이 시작되려는 시점에 계속되는 검찰의 여론몰이에 분명하고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