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싱거운 압승…영남권 결집+초선 표심 가세
주호영, 당선인 70% 지지 얻어 원내대표 당선
영남 의원들 지지, 중립 성향 초선 표도 몰린 듯
공정한 상임위 배분, 패트 불이익 보호 등 어필
계파 구도 약해 비박계 복당파로서 '약점' 극복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제21대 국회 미래통합당 첫 원내대표에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2020년 원내대표 및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당선자총회에서 당선 인사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통합당 신임 원내대표로 TK 판사 출신의 당내 최다선인 5선 비박(비박근혜), 복당파 주호영 의원이 8일 선출됐다. 주 원내대표는 "통합당은 강한 야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우리 당의 연이은 실패는 진정한 집권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강한 야당'을 강조했다. 초선들에게는 공정한 상임위 배분을 약속했고, 재선 이상 의원들에게는 지난해 공수처법과 선거법 등 패스스트랙 강행 처리 저지 과정에서 기소에 따른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당선자총회에서 총 84표 중 59표(70.2%)를 얻어, 25표를 얻은 권영세 후보(4선)를 두 배 이상의 표 차로 눌렀다. 권 후보는 중도실용을 지향하지만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를 지낸 친박(친박근혜) 출신 인사다.
수도권 대 영남 지역대결 구도에서 중립 성향이 많은 초선들 표심까지 보태 보수의 본산인 TK(대구·경북) 터줏대감이 통합당의 새 원내 간판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초반 박빙우세로 점쳐쳤던 주 원내대표는 당선 후 기자간담회에서 "당내 선거는 참 표심을 잘 알 수 없다. 될 수 있겠다는 느낌은 있었는데 어느정도 득표할지는 잘 몰랐다"고 토로할 정도로 기대 이상의 낙승을 거뒀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인 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인사말을 하기위해 발언대로 나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같은 의외의 결과는 통합당 전체 당선인의 67%(56명)를 차지하는 영남 의원들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영남의 결집'이 당락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짙다. 타 지역에 비해 당원들의 충성도가 높아 당세가 강한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4·15 총선에서 공천 물갈이 우선순위에 올라 '영남 역차별'로 홀대받은 감정이 이번 원내대표 선거 투표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총선 결과를 놓고 'TK 정당', 'TK 자민련' 이라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돼 오히려 영남 의원들의 결집을 자극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권 후보가 '탈(脫)영남' 기류를 타고 수도권 대표론을 들고 나왔지만 최근 몇 년새 연이어 당선된 수도권 원내대표들이 당 내 장악력이나 대여 협상, 원내투쟁 등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점도 투표에서 견제심리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예년과 달리 계파 대결 구도는 뚜렷하진 않았다. 결과적으로 비박계로 탄핵 정국에서 탈당 전력이 있는 주 원내대표의 당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년 전 당 잔류파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가 김학용 의원(비박계·복당파)을 견제하기 위해 나경원 의원(잔류파)에게 표를 몰아준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계파 간 표대결이 아니어서 비박계 복당파로 분류되는 주 원내대표의 부담을 덜어줬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체로 무색무취 혹은 중립 성향이 강한 초선 40명을 제외한 재선~5선 44명의 출신·성향을 보면 친박계는 22명으로 파악된다. 주 의원이 권 후보에 비해 34표나 많은 표를 얻은 이면에는 비박계 출신이나 중립 성향이 많은 초선 표심을 잡은 것은 물론 범친박계 지지를 받았을 수도 있다. 그간 친박계의 반대로 당 개혁이 지지부진했던 만큼 당 이미지 쇄신의 걸림돌인 친박 출신 인사를 원내 사령탑에 앉히지 않겠다는 기류도 투표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8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당선인 총회에서 새 원내대표에 선출된 주호영 의원이 권영세 후보와 인사하고 있다. 신임 정책위의장으로는 이종배 의원이 선출됐다. [email protected]
만약 영남 출신 인사들이 주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면 21대 국회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만 하다. 당 의석수가 100석 미만으로 쪼그라든 사상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영남 세력'의 결집과 건재를 과시한 것으로 평가된다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주 원내대표는 '영남당 공세'를 자해성 프레임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그는 "제가 당선되면 영남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밖에서 나오는데, 우리 당에 압도적 지지를 해준 영남 지지자들에게 매번 '영남 패싱', '영남당'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를 가두는 자해적 발언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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