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으로 조기 낙마한 '선명 진보'…내로남불 비판 쇄도
노회찬 비서실장…'진보 선명성 강화' 기치 당선
박원순·알페서 등 젠더 이슈 앞장서서 목소리 내
재보선 '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해 與과 각 세워
당원 게시판 '실망스럽다' '내로남불' 비판 줄이어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김종철 정의당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 전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0. [email protected]
정의당 젠더인권본부장인 배복주 부대표는 25일 오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오늘 당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부끄럽고 참담한 소식을 알려드리게 됐다"며 "지난 1월 15일 발생한 김 대표의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자는 당 소속 국회의원인 장혜영 의원"이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긴급 대표단 회의를 통해 김 대표에 대한 직위해제와 당 징계위원회 제소를 결정했다. 김 대표 취임 후 109일 만이다.
김 전 대표는 1999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비서로 정치에 입문했다. 노회찬·윤소하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냈고 20대 국회에서 당 선임대변인직을 수행했다.
2006년 4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소속으로 서울시장에 출마했으나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와 강금실 열린우리당 후보에 밀려 2.97% 득표율로 낙선했다.
18·19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구 을에 출마했으나 3위에 그쳤으며 21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비례대표 16번을 받았으나 당선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해 6기 당대표 선거에서 배진교 의원을 제치고 55.57% 득표율로 당선됐다. 당시 '진보정당 선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내 좌파·노동계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정의당 김종철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발언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11. [email protected]
소속 의원들의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 거부로 촉발된 집단탈당 사태에서도 "피해자와 연대 측면에서 조문을 가기 어렵다는 발언도 이해할 수 있다"고 장혜영·류호정 의원을 두둔했다.
최근 남성 아이돌을 소재로 한 성착취물 '알페스' 논란에 대해선 20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의 압도적 다수는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성폭력으로 고통받고 있는 현실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쓰여선 안 된다"고 밝혔다.
오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민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의 성비위로 치러지는 '반(反)성폭력 선거'로 규정하며 여당과 각을 세우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보궐선거기획단 1차 회의에서 민주당을 정조준해 "우리 모두가 지향하는, 성폭력과 성차별이 해소된 사회는 말로만 외친다고 오지 않는다"며 "책임 있는 정치세력이라면 성폭력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심지어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으로부터 세 번 연속으로 일어났다면 민주당은 더욱 큰 책임을 져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민주당에 다시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정의당 배복주 부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으로 인한 사퇴에 대해 설명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25. [email protected]
김 전 대표는 스스로 서울시장 출마나 대선 출마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할 만큼 당 안팎에서 '포스트 심상정'으로 불리며 향후 역할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다.
그러나 대표의 성추행으로 정의당이 거대 양당과 맞서 차별화를 내세울 수 있었던 '젠더 이슈'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과 동시에 진보정당 3세대를 이끌어왔던 김 전 대표의 정치적 회생 가능성도 불투명해지게 됐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저는 피해자가 원치 않고 전혀 동의도 없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의 가해를 저질렀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였고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았다. 피해자께 다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했다.
이어 "용서받지 못할 제 성추행 가해행위로 인해 피해자는 너무도 큰 상처를 입었다. 특히 피해자는 평소 저에 대한 정치적 신뢰를 계속해서 보여주셨는데 저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신뢰를 배신으로 갚았다"면서 "거듭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이날 정의당 당원게시판에는 '권력형 성범죄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온 정의당 내부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 굉장히 실망스럽다', '앞으로도 당원으로서 정의당을 지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퇴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 '내로남불' 등 김 전 대표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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