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이미지·낮은 지지율 벽에 나경원 '전대 멈춤'
초반 1위 지지도 무기로 전당대회 출마 검토
저출산위 부위원장 직 문제로 대통령실과 충돌
尹에 사과하고 로우키 행보에 퇴로 열기 실패
지지율 급락과 대통령실 관계 악화 등 영향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3.01.25. [email protected]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 놓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 단합을 위해 자신이 불출마라는 희생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친윤과 대통령실을 향한 화해 제스처로 보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나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대통령실과 친윤과 갈등을 빚으면서 윤심을 얻지 못한 데다 지지율이 내림세를 보이며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한 것이 불출마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 국면에서 초반 압도적인 1위 지지율을 기록하며, 유력 당권주자로 떠올랐다.
대통령의 의중이 김기현 의원으로 향한 상태에서, 나 전 의원이 높은 지지도를 무기로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면서 대통령실과 충돌했다.
나 전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고 맡고 있던 두개의 직중 저출산위 부위원장직만 사임하자, 대통령실은 저출산위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까지 모두 해임조치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나 전 의원은 자신의 해임조치를 두고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반박 입장을 내는 초유의 사태도 벌어졌다. 나 전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친윤계 의원들은 나 전 의원을 향해 '제2의 유승민, 배신자'라고 공격했다. 초선의원 50여명은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며 사퇴를 압박했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김성태 전 의원 등은 장외에서 나 전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남편 대법관설'을 언급하며 비판전에 가세했다.
나 부위원장은 대통령을 향해 사과를 하고 로우키 행보를 보이며 대통령과 악화된 관계를 풀려고 시도했지만, 대통령실이 끝내 퇴로를 열어주지 않으면서 사실상 관계개선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2023.01.25. [email protected]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심 지지도가 2~3위로 추락했고, 주된 원인으로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꼽혔다.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했지만 당심을 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나 전 의원 측은 지지율을 반등시킬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자 불출마를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역 의원이 한 명도 돕지 않는 등 당내 세력 기반이 약한 나 전 의원을 더욱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설령 당선된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당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구심도 높아졌다.
정권 초반 대통령과 각을 세운 여당대표인데다 당내 세력이 없는 나 전 의원이 식물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당시 비박계(비박근혜)인 김무성 당대표가 들어서 2016년 총선 공천 갈등이 그대로 재연되리란 전망도 나왔다.
나 전 의원은 그간 출마 여부를 두고 한 달 넘게 고심하며 당 원로들, 당 관계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비공개 일정으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만나고 자신을 돕는 관계자들과 출마 여부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출마와 불출마를 둘러싸고 측근들간 의견이 갈렸지만 불출마에 대한 의견이 조금 더 높았다고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 전 의원이 끝까지 출마를 고집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출마선언을 하고 난 뒤 윤심후보인 김기현 의원과 단일화를 해 힘을 실어주는 것보다 선언 전 깔끔하게 물러나는 모습이 추후 정치생명을 위해 도움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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