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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역사의 터전, 낙후된 동네" 부산 소막마을 가보니…

등록 2024.07.04 09:43:53수정 2024.07.04 10: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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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등록 문화재 지정, 주민 체감 효과는 없어

시의회서 "원도심 빈민촌이 관광 상품인가" 비판도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의 전경.사진 왼쪽에 일부 보이는 '소막마을주택'의 맞은 편에는 오래된 공·폐가가 잇달아 자리잡고 있었다. 2024.07.03.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의 전경.사진 왼쪽에 일부 보이는 '소막마을주택'의 맞은 편에는 오래된 공·폐가가 잇달아 자리잡고 있었다. 2024.07.03.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김민지 기자 = "뭐 시 등록 문화재로 지정됐다고는 하는데… 우리한테 딱히 좋은 건 하나도 없어."

3일 오전 9시께 부산 남구 소막마을에서 만난 주민 김유자(81)씨는 이렇게 말했다.

스무 살 무렵 시집을 와 이 동네에서 줄곧 살았다는 김씨는 오래된 동네에서 사는 불편함이 적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간 내린 장맛비에 꽤나 고생을 한 듯 "비만 오면 온 동네 천지가 물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김씨는 자신이 수십 년간 살아온 터전에 익숙함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갖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자신의 집 건너 보이는 빈집을 가리키며 "이쪽저쪽 골목에 빈집이 태반"이라며 "쓰레기만 잔뜩 쌓여 있고 관리가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소막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란민들이 일제강점기에 쓰던 외양간(소막사)를 고쳐 삶을 이어 나간 역사의 터전이다. 동시에 이곳은 환경 개선 봉사활동의 단골이 된 낙후 마을이다.

2018년 5월8일 시는 이 마을의 역사성 보존을 위해 소막사를 등록문화재 제715호로 등록했고, 지난해에는 소막사 1동을 원형 복원해 복합커뮤니티센터인 '소막마을주택'으로 단장했다. 이 주택은 소막마을의 역사를 보여주는 작은 박물관이자 하나의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의 한 공·폐가 대문 앞에 부착된 경찰의 '특별순찰구역' 딱지. 2024.07.03.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의 한 공·폐가 대문 앞에 부착된 경찰의 '특별순찰구역' 딱지. 2024.07.03. mingya@newsis.com


문제는 이 주택을 빼고는 소막마을 전반에서 역사성보다 낙후성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현대화된 소막마을주택의 바로 옆 골목에는 출입을 제한하는 경찰의 특별순찰구역 딱지가 붙은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고, 줄 지어선 공·폐가와 널브러진 생활 쓰레기들은 발걸음을 머뭇거리게 하는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주민 김영자(80)씨는 "문화재 등록도 됐고 하니까 바뀌나 싶었는데 동네 개발은 안 되지, 이 집 몇 평 되는 거 팔아봤자 돈도 안 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이 들고 돈 없는 사람은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라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의 말처럼 이곳을 개발하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곳은 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피란수도 부산 유산'에 포함돼 있어 역사성을 위해서라면 꼼짝 없이 '지켜야만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주택에는 단장된 모습(왼쪽)과 함께 과거의 모습(오른쪽)을 그대로 남겨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4.07.03. mingya@newsis.com

[부산=뉴시스] 김민지 기자 = 3일 오전 부산 남구 소막마을주택에는 단장된 모습(왼쪽)과 함께 과거의 모습(오른쪽)을 그대로 남겨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4.07.03. mingya@newsis.com


피란수도 부산 유산에 포함된 또 다른 마을인 서구 아미동 비석문화마을도 상황은 비슷하다. 앞서 부산시의회 최도석 의원(서구2·국민의힘)은 지난달 열린 정례회에서 원도심 빈민촌의 관광 상품화 문제를 지적했다.

최 의원은 "비석마을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늘고 있지만, 지갑을 열 수 있는 곳은 단 한 곳도 없고 낙후된 지역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구경하는 것이 전부"라고 비판했다.

그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거창한 구호만 있고 지역개발과 관광은 없다"며 "피난 유산 보존보다 지역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소막마을이나 비석마을 같은 경우에는 유산을 보호하는 것 외에도 주거 환경을 정비하는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확정된 안은 없지만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하고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피란수도 부산 유산과 관련해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 목록에 등재돼 있지만 국내 절차들이 꽤 남아있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gy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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