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 '남영2구역' 재개발, 삼성물산·HDC현산 '2파전'
삼성물산, 총 공사비 6614억…사업촉진비 1120억 지원
HDC현산, 확정 공사비 6759억…공사비 증액 시점 미뤄
파격 조건 수주전 사활…패배 시 다른 사업지에 악영향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강북권 알짜 재건축 가운데 하나인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남영2구역) 수주전이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 간 2파전 양상으로 압축되고 있다. 올해 첫 경쟁 입찰이다.
총 사업비 7000억원 규모의 남영2구역 재개발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두 건설사 모두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수주 의지를 내비쳤다. 양사 모두 공사 수주를 위해 공을 들인 만큼 배수의 진을 치고 시공권을 확보하겠다는 각오다.
남영2구역은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과 4호선 숙대입구역 인근 1만7659㎡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지상 최고 34층짜리 아파트 565가구와 오피스텔 80실, 복합청사, 업무시설 등을 들어설 예정이다. 조합은 오는 8월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래미안 수페루스'라는 단지명과 총 공사비 6614억을 제안했다. 이는 HDC현산의 6759억원보다 145억원이나 낮은 액수다. 또 사업촉진비 1120억원도 약속했다. 조합원 세대당 10억원씩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설계사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커뮤니티와 세대 평면 특화 설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조합원들이 입주할 예정인 고층에는 전 가구 용산공원 조망이 가능한 프라이빗 테라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아파트 3개 동을 스카이브릿지로 연결해 남산과 용산공원을 영구 조망할 수 있는 설계안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시공권을 따기 위해 사활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20년 이후 현재까지 경쟁 입찰에서 수주권을 따낸 적이 없다. 게다가 사업비가 1조원이 넘는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인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에 실패하면서 반드시 수주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앞서 용산공원 남측과 서측에 각각 '래미안 첼리투스'와 '래미안 용산더센트럴'을 시공한 바 있다. 공원 북측의 남영동 업무지구 2구역과 서측의 한남4구역을 수주하면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래미안’ 단일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할 방침이다.
HDC현산도 물러설 수 없는 경쟁을 예고했다. 업계 1위 삼성물산을 잡아 도시정비사업에서 입지 다지기에 나설 방침이다. 특히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고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등 잇따른 부실시공 여파로 훼손된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회복의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태세다.
HDC현산은 홈그라운드나 다름없는 용산에서 시공권 확보하기 위해 시공 경험과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내걸고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HDC현산은 앞서 용산 역사 박물관을 비롯해 용산철도병원 부지 개발, 대통령 집무실이 된 국방부 용산 청사 등 용산의 랜드마크 건물을 시공했다.
HDC현산은 '트리니티 아이파크'를 단지 이름으로 제안했다. 용산구의 미래 삼대 축으로 꼽히는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남산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남영동을 삼각형으로 이어 '삼각 앵글의 정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는 게 HDC현산의 설명이다.
HDC현산은 2년간 물가 변동 없는 '확정 공사비' 조건으로 총 6759억원을 제시했다. 공사비 산출을 위한 기준 시점은 2026년 8월로 정했다. 통상 공사비 산정 시점은 입찰 마감일을 기준으로 두는 게 일반적이지만, HDC현산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증액 시기를 최대한 뒤로 미뤘다. 입찰 후 약 2년 2개월 간 공사비 증액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세계적인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설계는 글로벌 설계그룹 SMDP와, 상업시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그룹 '세빌스'(savills)와 가각 협업을 맺었다. 또 시공 품질 향상과 안전을 위해 롯데타워와 인천국제공항 구조설계에 참여한 구조설계 전문기업 'LERA'과도 협업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남영2구역은 재개발사업은 건설사의 경쟁력과 브랜드 파워를 증명할 기회이자, 다른 도시정비사업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핵심지"라며 "양사 모두 파격적인 사업조건을 제시한 만큼 패배할 경우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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