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이민' 택한 사람들…"물가" "편리함" "가족"
미국·캐나다 등 해외에서 다시 한국 땅으로
"美 인프라 멀리 있어, 월세·세금 등 비싸다"
"유대관계 선 영향…아플때 못 보는 단점도"
"상처받아 공황 장애" "언어 장벽" "문화 차"
[서울=뉴시스]유튜브 채널 '소소맘'은 지난해 3월12일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사진=소소맘 채널 캡처) 2024.08.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창환 구지윤 인턴 기자 = "저희는 11년째 미국에서 살고 있고 내년(2025년) 초에는 일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씀드렸었는데요, 이번 영상에서는 왜 '역이민'을 하려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영국인 남편과 결혼한 한국인 아내가 운영하는 A 유튜브 채널은 지난달 27일 한 영상을 올려 이같이 전하며 "크게 6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들은 남편의 업무 발령 때문에 11년 전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다고 한다.
A 채널은 "특히 한국 대도시에서는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모든 인프라가 가까이 있다. (반면) 미국에서는 다 멀리 있기 때문에 무조건 차를 타고 가야 한다"며 "(또) 관공서, 병원도 아무때나 갈 수 있고 (이런) 살아감에 있어서 편리함 때문에 가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정도 지나니 많이 익숙해지긴 했지만 가끔 한국에 가서 한국말만 들리는 공간에서 살다 보면 마음이 너무 편하다"며 "월세, 세금, 유지비, 외식비 할 것 없이 다 비싸다. 열심히 모은 돈으로 한국에 가서 이제는 쓰고 살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남편의 희망 사항' '혼자가 된 고령의 아버지 보살핌'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이 공개한 '역이민'(逆移民) 결정 배경에는 ▲음식 ▲가족 ▲경제적 이유 ▲편리함 등이 포함됐다.
역이민은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가 고국인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뜻한다. 유튜브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는 이처럼 귀향길에 오르거나 귀국한 이들의 심경을 담은 콘텐츠들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 모습이다.
대체로 생활비, 의료비 등 고물가 현상이나 가족에 대한 그리움·돌봄 필요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11월께부터 캐나다에서 이민 생활을 해왔던 '현부부 hyuncouple' 채널은 올해 초 캐나다 영주권을 포기하면서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당초 2021년 말 귀국한 이들이 현지 영주권을 유지하려면 다시 캐나다로 이동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계속 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는 이야기다. 이들 가족은 아이들의 외국어 능력 향상 등을 이유로 이민을 떠났었다.
당시 이들은 "캐나다 교육이 좋은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고 저희도 느꼈던 부분이기 때문에 포기하는 게 아쉽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그것보다 사랑하는 사람들 옆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형제, 자매, 친구, 할머니·할아버지를 자주 보고 그 유대관계는 우리가 줄 수 없는 가족이란 울타리의 좋은 영향들"이라며 "또 이민하면서 가족이 아플 때 보러 갈 수 없다는 것에 큰 단점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현지에서 만난 이들과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이 정착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떠났던 '소소맘' 채널도 지난해 영상을 올려 "먼 땅 미국에서 살다 보니 어디서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가족의 소중함도 더 많이 느꼈다. 아프지 않고 남편, 아이들과 웃으면서 살아가는 게 최고의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소소맘은 미국 현지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아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꼈고, 이 과정에서 공황 장애를 앓기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비를 비롯한 경제·언어적 이유, 문화 차이도 현지를 떠나는 직간접적인 이유들 중 하나로 보인다.
이민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는 유튜버 '선대위TV'는 10년 넘게 미국에서 머물다 최근 국내에 들어온 소감과 관련해 "한국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좋은 점은 한국이 의료 천국이지 않나"라며 "문만 열고 나가면 병원 갈 수 있고, 비용도 많이 안 나온다"고 언급한 바 있다.
캐나다 몬트리올에 거주 중인 한국인 부부 유튜버 '오늘뭐하지예'는 "한 가지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역이민 이유 가운데) 공감을 많이 하는 부분은 확실히 언어적인 장벽이 제일 크지 않나 싶다"며 "(또) 고국에서 밴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거나, (현지) 생활 물가를 견디지 못해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고 했다.
그밖에 '문화·인프라 차이에서 오는 스트레스' '외식의 어려움' 등을 역이민 계기로 꼽는 이들도 있었다.
한편 재외동포청 등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말 기준 재외동포(외국국적동포 461만3541명·재외국민 246만7969명)는 708만명을 웃돌고 있다.
다만 여기에는 이민 외 장기 체류자 등도 포함돼, 흔히 말하는 '이민자'와는 다소 상이한 숫자일 수 있다. 아울러 해당 국가에서 센서스 등을 통해 집계한 추정치이기도 하다.
해외이주법상 연고·무연고·현지 이주자의 의무 사항인 '해외이주신고'가 보다 이민과 유사한 개념이지만, 이 역시 당사자가 직접 신고하는 방식으로 데이터 누락 가능성이 낮지 않다. 또 우리나라 국민의 출국 목적을 파악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역이민자들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는 게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측 설명이다.
영주권 등 해외 장기 체류 자격을 취득했다가 다시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 위해 신고하는 '영주귀국자' 수는 ▲2019년 1478명 ▲2020년 1676명 ▲2021년 1812명 ▲2022년 1736명 ▲2023년 1742명 등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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