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다 내연차 화재가 더 많다?…10만대 당 14건 vs 16건[세쓸통]
권영진 의원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방안' 토론회
이영주 소방방재 교수 "화재 위험 내연차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인천 아파트 지하주차장 전기자동차 화재로 전기차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부가 오는 12일 전기차 화재 예방책을 논의하기 위한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한다.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근본 방안과 전기차 화재 진압 관련 소방 대책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이며 다음 달 초 범부처 차원의 전기차 화재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쇼핑몰에 설치된 전기자동차 충전소 모습. 2024.08.1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지난달 초 벤츠 전기차로 추정되는 차량이 폭발하면서 20여명이 다치고 차량 70여 대가 불에 타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전기차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내연 기관 차량보다 더 많이 뉴스에 등장하는 듯합니다. 단순히 기분 탓이 아니라 실제로 전기차 화재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데요.
8일 소방청 국가화재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간 139건 발생했습니다. 이는 직전 3년인 2018년부터 2020년(56건) 대비 2.5배 늘어난 수치입니다.
친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보조금까지 주며 전기차 구입을 독려하던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진 모양새입니다. 전기차로 갈아탄 운전자들의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습니다.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지난 6일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 관리대책을 확정 발표한 바 있죠.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한 만큼 예방책 마련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만, 실태를 정확히 볼 필요도 있습니다. 과잉 우려는 자칫 공포감만 키울 수 있거든요. 전기차 화재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전기차가 유독 더 위험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가 최근 3년 간 전기차와 내연기관(휘발유·경유)차를 비교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에서 화재는 72건 발생했습니다. 2021년 24건에서 이듬해 4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데 이어 또 증가한 것이죠.
그렇다고 전기차를 탈수록 화재 위험성이 커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지난 3년 전기차 이용자 자체가 늘었거든요. 같은 기간 전기차는 32만1443대에서 34만1000대, 54만4000대가 됐습니다.
게다가 전기차여서 특별히 사고가 더 났을 지도 의문입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3517건에서 3680건, 3736건 순으로 늘었거든요. 물론 내연기관 차량도 덩달아 늘어났으니, 그런 요인도 있었을 겁니다.
지난해 기준 내연기관 자동차는 전국 2518만9000대가 운행 중입니다. 물론 차량 자체가 많다 보니 사고도 더 많이 날 수밖에 없겠죠. 한 눈에 비교하기 좋게 10만대 기준 사고 건수를 살펴보겠습니다. 전기차 사고가 가장 많이 난 지난해 기준 환산해보면 전기차는 10만대 당 14.4건, 내연기관차는 16.1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렇다면 차가 아닌 일반 화재는 어떨까요. 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 통계를 살펴본 결과 지난해 2만5064건으로 2021년(2만3997건)보다 증가했습니다. 건물 10만 채 기준으로 살펴보니 339.8건이네요.
통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이나 일반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것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발생 빈도로만 보면 전기차 화재 위험은 내연기관 차량이나 일반 건축물보다 상대적으로 낮거든요.
피해 규모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전기차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없었습니다. 반면 내연기관 화재로는 79명, 건축물 화재로는 896명이 발생했어요.
이영주 교수는 지난 22일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전기차 화재 대응을 위한 안전관리 방안' 토론회에서 "전기차 화재를 막연한 위험으로 인식할 게 아니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필요한 대책과 제도를 갖출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이 교수는 통계를 기반으로 "일반인들이 전기차에서 화재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며 "일반 차량보다 전기차 화재가 일반적인 사고가 아니다 보니 언론이나 방송 등에서 집중 반복적으로 보도되는 과정에서 생긴 일종의 착시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가 위험하다는 과잉 우려보다, 적절한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가령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도 전기차의 문제에 집중하기 보다, 해당 주차장에 소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를 키운 점 등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것이죠.
그는 "현재 주차장 등에 설치된 스프링클러의 작동과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지하주차장 화재 안전 측면에서 전체적인 성능 개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합동브리핑실에서 전기차 화재 안전관리 대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9.06. [email protected]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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