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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하는 이원석 "소용돌이 사법시대에 법치주의 지켜내야"

등록 2024.09.13 11:00:00수정 2024.09.13 11: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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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양극화에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 심화"

"증거와 법리 만으로 판단했지만 기대에 못미쳐"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8.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08.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은 13일 지난 2년 임기에 대해 "검찰이 세상사 모든 일을 해결해 줄 '만능키'라고 여기는 사람들과 검찰을 '악마화'하는 사람들, 양측으로부터 받는 비난과 저주를 묵묵히 견디고 소명의식과 책임감으로 버텨온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 총장은 이날 오전 퇴임사를 통해 "그동안 조금이라도 나아진 것이 있다면 이는 검찰구성원 여러분이 피와 땀과 눈물로 애쓰신 덕분이고, 아쉽고 부족한 것은 모두 제 지혜와 성의가 모자란 탓"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지금은 정치, 경제, 문화, 예술, 종교, 과학, 기술, 의료와 같은 사회 여러 영역에서 소통하고 숙의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검찰과 사법에 몰아넣는 가히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한쪽에서는 검찰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며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수사라 손가락질한다"고 부연했다.

이 총장은 "2022년 5월 검찰총장 직무대리로 시작해 9월 검찰총장에 취임한 후 오늘로 2년 4개월"이라며 "한 날, 한 시도 노심초사하지 않은 적이 없을 정도로 몸과 마음을 쏟았지만, 처음 품었던 뜻을 모두 실천하지는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마주하는 모든 일마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라는 잣대 하나 만으로 판단하고 국민만 바라보고 결정하려 노력했지만, 국민의 기대와 믿음에 온전히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며 "여전히 험한 풍랑 앞에 놓인 검찰을 남겨두고 떠난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쉬이 떨어지지 않지만, 검찰 구성원 여러분의 저력과 의지를 믿고 마음을 내려 놓는다"고 했다.  

이 총장은 취임 당시 수사권 조정·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국면을 돌아보며 "2022년 5월 검찰은 말 그대로 병들어 누운 환자"라고 했다. 이어 "우선 법령과 제도를 바로잡고 정비하여 수사가 업의 본질인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게 끔 복원시켰다"며 "병들어 누운 검찰을 겨우 일어나 앉게 하고, 두 다리로 버티어 서게 하고, 그다음 걷고 뛰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이 총장은 "다음으로 검찰의 존재이유를 되물었다"며 "그것은 국민의 생명, 신체, 안전, 재산과 같은 기본적 권리를 범죄로부터 지켜내어 평안하고 안전한 일상을 만들어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 심화된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로 인해 오로지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 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검찰은 '옳은 일을 옳은 방법으로 옳게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며 "검찰과 사법에 사회의 모든 문제를 몰아넣고 맡겨 오로지 자기 편을 들어달라고 고함치는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에도 검찰은 '법의 지배', '법치주의'의 원칙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국가를 사람에 비유한다면 눈과 귀, 팔과 다리의 역할을 하는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되면서 명예와 자긍심만으로 버티는 검찰 구성원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인력, 법령, 제도와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검찰 구성원들의 희생과 인내만이 요구되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애썼습니다만,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여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직자가 힘들어야, 국민이 편안하다'는 믿음을 갖고 국민을 섬기는 검찰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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