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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개지고 쓰러진 벼, 세워보려 안간힘…농심만 더 무너져

등록 2024.09.22 16:29:12수정 2024.09.22 16: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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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일봉마을 일대 논 벼 쓰러짐 피해속출

벼멸구에 약해진 벼, 강한 폭우에 '속수무책'

피해 면적 보성 716㏊ 등 전남 1030㏊ 달해

[보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에서 한 농민이 전날 내린 폭우로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피고 있다. 2024.09.22. pboxer@newsis.com

[보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에서 한 농민이 전날 내린 폭우로 벼가 쓰러지는 도복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피고 있다. 2024.09.22. [email protected]


[보성=뉴시스]박기웅 기자 = "50년 넘게 농사 짓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지나간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 홍정욱(75·여)씨는 자신의 논 앞에서 힘 없이 쓰러진 벼를 보며 한탄했다.

2㏊ 규모 논에 심어진 벼 대부분이 속절없이 누워 있었고 논두렁 곳곳도 무너져 내렸다.

당장 다음 주 수확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홍씨는 "논 농사를 50년 넘게 짓고 있지만 태풍이 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벼가 쓰러진 것은 처음"이라며 "이걸 어떻게 수확할 수 있겠느냐"고 울상을 지었다.

대다수 농가가 논 농사를 짓는 일봉리 마을 일대 사정은 다들 비슷했다.

홍씨의 논에서 약 200m 떨어진 임형수(62)씨 논 역시 심어져 있던 벼 대부분이 납작하게 뭉개져 있었다.

뭉개진 벼들은 벼멸구 피해를 입은 듯 노랗게 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임씨가 논두렁에 늘어가 쓰러진 벼를 세워보려 했으나 벼들은 쉽게 일어서질 못했다.

흙탕물에 잠긴 벼를 하나라도 건져보고자 논에 들어갔지만 발이 푹푹 빠져 더 이상 들어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임씨는 "올해 농사가 아주 잘 됐었다"며 "하지만 엊그제 벼멸구 피해가 하나 둘 생기더니 바람이 강하지 않았는데도 벼들이 맥 없이 쓰러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벼멸구 피해 때문에 벼가 약해져 다 넘어진 것 같다"며 "논 2㏊ 가운데 절반 이상이 벼가 쓰러졌다. 추수를 앞두고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보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에서 한 농민이 전날 내린 폭우로 벼가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피고 있다. 2024.09.22. pboxer@newsis.com

[보성=뉴시스] 박기웅 기자 = 22일 오후 전남 보성군 복내면 일봉리에서 한 농민이 전날 내린 폭우로 벼가 쓰러지는 피해가 발생한 논을 살피고 있다. 2024.09.22. [email protected]


그는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벼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수확을 얼마나 건질지 모르는 일"이라며 "추수를 앞두고 너무나 허탈하다"고 속내도 털어놓았다.

지난 19일부터 이날 오후까지 보성군 복내면에 내린 비의 양은 298㎜로 집계됐다.

전남 도내 논 벼 쓰러짐 피해 면적은 1030.3㏊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보성 716㏊, 해남 95㏊, 영암 80㏊, 나주 78.3㏊, 순천 30㏊ 등으로 잠정 파악됐다.

곳곳에 들어찬 물이 빠지기 시작한 이날 오전에도 전남도와 각 시군마다 추가 도복·침수 신고가 잇따르고 있어 최종 농경지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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