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절개 신생아에 母 변·우유 섞은 '셰이크' 먹이면 도움" 주장
[서울=뉴시스] 본문의 구체적 내용과 무관.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사진=뉴시스DB)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에게 엄마의 대변을 소량 섞은 우유를 먹이면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달 18일 열린 미국감염병학회(IDSA) 연례 회의에서 핀란드 헬싱키 대학병원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명 '대변 밀크셰이크'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대변 밀크셰이크'는 엄마의 대변을 모유나 우유에 섞어 만든 우유를 뜻한다.
핀란드 보건복지연구소의 공중보건 부문 책임자인 오토 헬브 박사팀은 헬싱키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예정인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단, 90명의 여성 중 54명은 대변에서 유해 병원균이 발견되거나 기타 이유로 실험 초기에 제외됐다.
연구팀은 아기를 출산한 여성의 대변 3.5mg을 우유에 섞어 아기에게 첫 수유 시 제공했다. 아기 15명에게는 '대변 밀크셰이크'를, 다른 16명은 위약을 먹였다.
그 결과 연구팀은 "이후 아기들의 대변 샘플을 분석한 결과 막 태어났을 때 두 그룹의 미생물 다양성은 비슷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자 소량의 대변을 먹은 아기들과 그렇지 않은 아기들 사이에서 큰 차이가 관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차이는 아기들이 이유식을 먹기 시작한 생후 6개월까지 지속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실험은 계속되고 있으며, 연구팀은 총 2년 동안 아기들의 건강을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다만 연구팀은 병원은 실험에 참여한 엄마들의 대변에 신생아에게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병원균 포함 여부를 철저히 검사할 수 있지만, 가정에서는 그럴 수 없기에 해당 방법을 가정에서는 절대로 시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우울증, 고혈압,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병과 같은 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병든 사람의 장에 주입해 질병을 치료하는 대변 미생물 이식(FMT)은 현재 주목받고 있는 연구 분야 중 하나다.
연구팀은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에 비해 천식, 소화계 염증, 면역 체계와 관련된 질환에 걸릴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엄마의 질과 장의 미생물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과 비교해 장내 세균 분포가 다르다는 점도 주목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웰컴 생거 연구소의 미생물학자 얀 샤오 박사는 "엄마의 대변 미생물 이식이 제왕절개 아기의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미친다는 건 놀랍지 않다"며 해당 연구의 효과를 완전히 확신하지 못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특히 이 연구가 자연분만 아기들과의 직접 비교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왕절개 아기들에게 대변 밀크셰이크를 먹이는 것이 실제 자연분만 아기들과 유사한 양의 마이크로바이옴을 형성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이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들처럼 건강한 장 내 미생물 구성을 가지려면 '대변 밀크셰이크'가 어느 정도 효과적인지를 직접 비교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샤오 박사는 "아기들의 장에서 잘 번식하고 균형 잡힌 미생물 생태계를 이룰 엄마의 특정한 장내 미생물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 다음 단계"라며 "엄마의 대변에서 알 수 없는 미생물을 쓰는 것보다 실험실에서 배양한 종을 사용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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