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추도식에 '야스쿠니 참배' 인사 참석…韓 수긍(종합)
日 야스쿠니 참배 인사 정부 대표로 참석 시켜
한국인 유족 참석하는데 부적절하다는 지적
우리 외교부 고심 끝 수긍…외교 역량 부족 비판
[도쿄=AP/뉴시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일본의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다고 27일 결정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에 조선인 노동환경을 보여주는 전시물 설치를 약속하며 한국 정부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은 '니시미카와긴잔'(西三川砂金山)과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相川鶴子金銀山) 등 2개로 구성돼 있다. 사진은 지난 3월 12일 니가타현 사도에 있는 사도광산의 상징적 채굴터인 아이카와쓰루시긴긴잔의 '도유노와리토(道遊の割戸)' 모습. 2024.07.27.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 와중에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던 인사를 일본 정부 대표로 참석시키기로 하면서 추도식의 취지가 변질된 데 대해 우리 정부의 고심이 컸지만 결국엔 수긍했다.
추도식을 '보이콧'하는 강수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우리의 부족한 외교 역량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백브리핑 예정 시각을 5분 앞두고 취소 사실을 알렸다. 백브리핑은 정부 관계자들이 언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배경 설명을 해주는 비공식 브리핑이다.
외교부는 당초 이날 오후 2시께 백브리핑을 열어 한일 간 추도식 준비 현황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백브리핑에 앞서 일본 외무성이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의 참석 사실을 밝힌 것이 취소 배경이 됐다.
일본 외무성에서 정무관은 차관급 인사로 외무대신(장관), 외무부대신(차관) 바로 아랫급이다. 우리 정부가 줄곧 요구해온 정무관급 이상 고위 관계자에 부합한다.
문제는 이쿠이나 정무관의 이력이다.
그는 일본 걸그룹 '오냥코 클럽' 출신 아이돌이자 배우로 잘 알려진 인물로, 2022년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지난 11일 출범한 이시바 시게루 2기 내각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외무성 정무관으로 기용됐다.
의원 당선 직후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현지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로 구성된 '실행위원회'가 주관하면서 추도식의 격이 낮아졌고 유가족 초청 비용까지 우리나라가 내기로 한 상황에서 야스쿠니신사 참배 인사가 일본 정부대표로 참석하기로 하면서 일본 측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백브리핑 취소는 외교부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라면서 "국민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로서 국민의 알 권리를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 대한 비판을 한다면 받겠다"고 말했다.
이후 약 7시간 뒤 외교부는 "정부는 진정성 있는 추도식 개최를 위해 일본 정부의 고위급 인사 참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본 측에 강조해 왔고 일본이 이를 수용해 차관급인 외무성 정무관이 추도식에 참석하게 된 것"이라며 "정무관은 일본 정부대표로서 추도사를 하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야스쿠니 참배 인사가 일제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일본 정부대표로 참석하는 것을 사실상 받아들인 셈이다.
이는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멀리까지 발걸음을 한 한국인 유족을 자칫 들러리로 서게 하는 일이 될 수도 있어 정부를 향한 비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일본에 저자세로 나간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과 합의를 통해 약속한 후속 조치로, 24일 오후 1시 일본 사도섬 서쪽에 있는 니가타현 사도시 시민문화회관인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한국 측에선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가 참석한다.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11명도 외교부의 경비 지원을 받아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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