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에 생사기로"…연말 건설업계 줄도산 '고비'
부동산 경기 침체·악성 미분양·PF 경색
올해 건설사 26곳 부도…5년 만에 최다
지방 미분양 해소위한 규제 완화 필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24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2024.06.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자금난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어요."
지난 25일 한 시행사 관계자는 건설 경기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연말에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만기가 도래하는데, 연장이 안 돼 자금 조달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출길이 사실상 모두 막혀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정도"라며 "만기가 다가오는 채권을 상환하지 못하면 확보한 토지가 공매로 넘어가고 회사가 부도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연말을 앞두고 자금시장 경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인 데다, PF 대출시장마저 꽁꽁 얼어붙는 등 사실상 대출길이 막히면서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건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위축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줄도산 경고등이 켜졌다.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의 중견·중소 건설업계는 고사 위기다.
최근 부산의 시공능력평가 7위 기업인 신태양건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금융결제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신태양건설이 당좌거래정지 처분을 받았다. 신태양건설은 부도 전날 법원에 회생 신청을 진행했다.
건설업계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부도 건설업체는 총 2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49곳)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전월(24곳)과 비교해도 2곳이 늘어났다. 아직 11·12월이 집계되지 않아 연말에 부도난 건설업체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계 부도는 ▲2021년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 등 점차 증가하는 양상이다.
미분양은 감소하고 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지방 중소·중견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가중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1만7262가구로, 2020년 8월 이후 4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준공 후 미분양 물량 중 83.2%는 지방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계의 자금 사정은 악화일로다. 국내 10대 건설사가 공사를 하고도 아직 받지 못한 대금이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국내 시공능력 평가액 상위 10대 건설사 중 9개 건설사의 미수금 총액은 약 17조6370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16조9336억원보다 7034억원(4.2%) 늘어난 수치다.
건설업계의 체감 경기 전망도 어둡다. 10월 건설업 업황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1로, 전년 동월 대비 16p(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9년 이후 10월 기준 역대 최저 수준이다. BSI는 생산, 매출, 소비 등 경제활동과 경기에 대한 기업의 전망, 판단 등을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보다 클수록 경기가 좋은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방 건설업계의 유동성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 분양시장 일부가 살아났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고,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경제 침체를 완화하는 차원의 공공공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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