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 없는 천사' 25년째 선행…누적 기부액 10억 넘어(종합)
전주 노송동 찾는 신원 미상 천사, 8003만8850원 기부
올해로 25년째 선행…누적 기부금 10억4483만6520원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정리하고 있다. 얼굴없는천사는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편지를 함께 보내왔다. 2024.12.20. [email protected]
[전주=뉴시스]강경호 기자 = 매년마다 연말을 맞아 전북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에 현금을 두고 사라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소리소문 없이 사랑을 전하고 갔다. 벌써 25년째 남몰래 선행을 하는 그가 기부한 금액은 이젠 10억원이 넘는다.
20일 오전 9시26분.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에 이름 모를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은 조승희 주무관은 수화기 너머로 "기자촌 식당 맞은편의 한 탑차 아래 (성금을) 놓았으니,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천사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말한 장소로 향한 직원들은 트레일러 차량 밑에 놓인 복사용지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를 열자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천사가 복사용지에 남긴 편지였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상자 안엔 편지와 함께 노란색의 돼지저금통과 5만원권 돈다발 뭉치가 담겨있었다.
때가 탄 듯 한 동전들은 액수를 가리지 않고 돼지저금통에 담겨있었다. 5만원권 지폐는 모두 같은 매수로 고무줄로 묶어 고이 정렬돼있었다.
천사가 올해 기부한 돈은 모두 8003만8850원이다. 올해까지 모두 25년의 누적 기부액은 10억4483만6520원. 25년 간 천사가 이웃을 위해 기부한 금액이 이제 10억을 돌파한 것이다.
천사는 지난해에도 "올 한해도 고생 많으셨다.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쪽지와 함께 8006만3980원을 이번처럼 몰래 두고 갔다.
[전주=뉴시스] 20일 전북 전주시 중노송동 일대에 25년째 기부 선행을 베푸는 '얼굴 없는 천사'가 두고 간 기부금이 담긴 복사용지 상자가 놓여있다. (사진=전주시 제공) 2024.12.2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름과 직업 모두 베일에 쌓인 천사의 기부는 지난 2000년 4월, 한 초등학생의 손을 빌려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동사무소에 기부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때부터 그는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매년마다 이같은 기부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그가 두고 간 6000여만원의 성금이 도난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천사의 선행을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그의 뜻을 유지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노력도 이어졌다. 전주시는 지난 2009년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는 기념비를 세웠으며, 노송동 주민센터 일대를 천사의 길로 명명하고 기념공원도 조성했다. 지역주민들은 매년 10월4일을 '천사의 날'로 기념하여 불우이웃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그의 선행을 연극과 영화로 풀어내는 이들도 있었다. 2011년 12월9일에는 전북지역 연극단체인 창작극회가 얼굴 없는 천사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연극 '노송동 엔젤'이 무대에 올랐으며, 2017년 4월에는 영화 '천사는 바이러스'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노동식 노동송주민센터 자치위원장은 "25년째 천사께서 선행과 나눔을 해주시고 계신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매년 보내주시는 돈은 천사의 뜻대로 소년소녀 가장 돕기와 관내 청소년을 위한 '천사장학금', 또 독거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선별해 매년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20일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얼굴 없는 천사'가 전달한 성금을 정리하고 있다. 얼굴없는천사는 성금과 함께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따뜻한 한 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힌 편지를 함께 보내왔다. 2024.12.20.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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