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풀어야 한국판 오픈AI·딥시크 나온다
![[기자수첩] 규제 풀어야 한국판 오픈AI·딥시크 나온다](https://img1.newsis.com/2023/06/19/NISI20230619_0001293188_web.jpg?rnd=20230619105530)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절박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서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도록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규제보다는 AI 산업 진흥을 위한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 1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들과의 만남에서)
중국 딥시크가 전 세계 인공지능(AI) 업계에 충격을 준 지 벌써 한 달이 흘렀다. 'AI 3대 강국' 도약을 꿈꿨던 우리나라도 초비상이다. 정부와 국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AI 관련 전략회의·긴급 토론회·산업계 현장 방문 행사를 열며 대응책 찾기에 분주하다. 좌담회·토론회 때마다 현장의 요구는 한결같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도록 '규제' 대신 '지원'해 달라는 부탁이다.
미래 경제·사회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AI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 등 선두 국가들은 '규제' 대신 '진흥' 쪽에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바이든 정부가 만든 AI 안전 규제와 관련한 행정명령을 폐기한 것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과도한 규제가 급성장하는 AI 산업을 죽일 것"이라며 경고하면서 AI 안전 행동규약 선언문에도 서명하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 정부는 자국 빅테크들을 겨냥한 해외 규제에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령, 미국 빅테크에 디지털서비스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각서에 서명했으며 외국 정부가 미국 기업에 부과한 벌금, 반경쟁적 정책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라고 관련 부처에 지시했다. 구글·메타·오픈AI 등 자국 AI 빅테크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정작 우리나라는 어떨까.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플랫폼 사업자를 지배적 사업자로 사전 지정해 자사 우대·끼워팔기 등 4대 반경쟁행위를 금지한 플랫폼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플랫폼 사업자의 불법 콘텐츠 삭제 요청과 알고리즘 투명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온라인서비스이용자보호법(가칭)' 등 플랫폼 규제 입법 추진안들이 올해 정부의 주요 업무계획으로 올라와 있다. AI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며 '고영향 AI(인간의 안전과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 서비스)' 규제 근거를 든 'AI 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디지털 경제시대 플랫폼 독과점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딥페이크 성범죄와 킬러 로봇 등 AI 부작용을 사전에 점검하겠다는 AI 기본법 취지도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 '사전규제 과도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발사 혹은 서비스 운영사들이 막대한 과징금 제재를 우려해 AI 개발·서비스 융합·기술기업 인수합병(M&A) 시도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다.
딥시크 총격 이후 미국과 중국 등을 비롯해 AI 기술 개발 및 투자 경쟁은 촌각을 다툴 정도로 빨라졌다. 3주 전에는 오픈AI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삼성전자 등 한국 내 파트너십을 위해 시차를 두고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속도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불명확한 규제로 세부 규제 지침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처지다. 지침이 나오더라도 회사에 피해를 미치지 않을까 개발자들이 혁신 대신 자가 검열에 빠질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 플랫폼 사업자들을 규제할 법안 자체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플랫폼법과 온라인서비스이용자보호법 등 신설 법안들의 경우, 글로벌 AI 경쟁에서 국내 플랫폼 기업들의 발목만 붙잡는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자국 우선주의 교역 정책에 강공 전략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정부 움직임을 볼 때 초기 규제 대상 범위 선정부터 미국 빅테크가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 법이 시행된다 해도 미국 정부의 통상 압박을 피하고자 미국 빅테크 대신 국내 기업에 대해서만 엄격하고 광범위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AI G3 도약'을 위해 우리 정부와 국회가 할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지원책은 '규제 완화'다. 신규 법안들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등 기존 법률들이 민간의 AI 서비스 개발과 융합을 방해하지 않도록 제도적 측면에서 보완하는 것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AI 강국' 도약 프로젝트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lpac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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