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에 폭행당하고 구조 과정에선 고소당하고…광주 소방관들 '이중고'
광주·전남서 소방대원 폭행 3년간 28건
"너 때문에" 민사소송·형사사건도 6건
적극적 인명구조 활동 위축될까 우려도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화재나 재난 등 위급한 현장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소방공무원들이 소송이나 폭행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인명구조 활동 과정에서 소송에 휘말리거나 폭행을 당하게 되면 자칫 현장 구조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광주·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광주에서 소방공무원이 공무수행 중 폭행을 당한 건수는 ▲2022년 5건 ▲2023년 5건 ▲2024년 6건 등 3년 간 총 16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구급출동 현장에서 술에 취한 주취자에 의해 폭행을 당한 사례가 14건(87.5%)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전남에서도 같은 기간 ▲2022년 5건 ▲2023년 4건 ▲2024년 3건 등 12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급출동 중 주취자 등에 의해 폭행을 당한 사례가 11건이었고, 화재 현장에서의 폭행도 1건이 있었다.
소방공무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이나 형사 사건에 휘말리는 사례도 최근 3년 동안 6건(민사 2건·형사 4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사건을 보면 2023년 4월 전남 순천시 한 아파트 주차장에 사슴이 들어왔다는 신고가 접수, 경찰의 공조 요청을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이 사슴을 1차 포획했다.
하지만 사슴이 그물망을 찢고 도망치는 과정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았다. 차량 주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는 "소방관 과실로 차량이 파손됐다"며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소방관의 고의 또는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2023년 7월에는 화순의 한 정수장에서 누구 관로 보수작업을 하던 작업자 2명과 청원경찰 1명 등 3명이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이들은 출동한 소방대원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0대 작업자가 숨졌다. 구조 작업에 나섰던 소방대원 4명도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유족 측은 "구조 활동에 과실이 있다"며 당시 출동한 소방대원 5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혐의 없음으로 불송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완도에서 호흡곤란 환자에게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채 해경 선박에 인계했다. 이후 환자가 숨졌고 유족 측은 "산소호흡기의 산소가 부족해 환자가 숨졌다"며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원 2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현재 소방대원의 과실로 발생한 손해 배상 등 소송의 경우 소방기본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보험에 가입, 소송수행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촌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 투입되는 소방대원들이 폭행을 당하거나 소송에 휘말리게 되면 심리적으로 위축, 적극적인 현장 대응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광주의 한 소방대원은 "구조·구급 출동 상황에서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출동한 대원들을 원망하거나 고소하는 일도 더러 있다"면서 "위급한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대원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19구급대원 폭행 근절 포스터. (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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