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전 냇가에 흑염소 묶어둔 주인, 1심 무죄→2심 벌금 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기소, 1심 "고의방치 단정 어려워"
2심 "흑염소가 받을 고통 예견 가능"…벌금 50만원 선고

[광주=뉴시스]변재훈 기자 = 집중호우 직전 하천가에 자신의 흑염소를 묶어뒀다가 범람한 강물에 잠겨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무죄가 인정됐던 60대에 대해 항소심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항소부·재판장 연선주 판사)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서 무죄를 받은 A(66)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씨는 2023년 7월18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2분까지 전남 담양군 내 다리 주변 하천부지에 묶어둔 흑염소 1마리를 방치해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흑염소가 풀을 뜯어 먹게 하기 위해 수풀이 우거진 하천부지에 매어 놓고 자리를 비웠다.
당시 집중호우로 주변 하천이 범람하면서 물에 빠지게 된 흑염소는 마구 몸부림치다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눈이 찔렸다. 이 광경을 때마침 발견한 다른 행인 덕에 흑염소는 구조됐지만 눈을 크게 다쳤다.
검찰은 A씨가 흑염소를 하천부지에 매어 놓고 방치한 것은 '동물에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에 해당, 동물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기소했다.
앞선 1심은 "흑염소를 처음 매어둔 시점에는 물이 범람한 상태가 아니어서 고의 방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장터에 마늘을 팔러 가 부득이하게 장시간 흑염소를 매어뒀다는 A씨가 하천 범람 여부를 확인해 적절한 조치를 즉각 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흑염소는 A씨의 재산으로 사육하고 있는 동물이어서 고의로 해칠 만한 동기도 찾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근처 하천이 장맛비로 불어나 매어둔 흑염소가 위험에 처하고 고통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다. 동물 학대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가 있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 "A씨는 풀을 뜯어 먹으라고 흑염소를 하천가에 매어뒀다고 했으나 하천가는 흑염소가 안전하게 풀을 뜯을 수 있는 장소가 아니다. 장마철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씨에 비 피할 곳이 전혀 없고 하천 물이 불어나 물에 잠길 위험도 있는 가혹한 환경에 오랜 시간 그대로 방치했다"며 "흑염소가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 받거나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예견하고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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