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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엔솔-SK이노베이션, '통 큰 합의' 나서야

등록 2021.02.17 16:5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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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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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인우 기자 = 햇수로 3년 째 이어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전쟁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모듈·팩 및 관련 부품·소재가 미국 관세법 33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을 명령했다.

수입금지에 따른 직접적인 피해도 이루 말할 수 없지만 ITC 판결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는 무형의 손실에 향후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배터리 시장에서 뒤쳐지게 되는 간접 피해까지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백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그러다보니 SK이노베이션에게 남은 선택지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빠른 합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행정부의 ITC 판결 거부권 행사에 기대를 거는 모양새지만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 ITC가 포드·폭스바겐 공급용에 한해 유예기간을 두는 등 미국 자동차 업계를 고려한 판결을 한 데다, 앞서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최종 결정이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실질적인 판단이 되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외적 신인도 문제가 있기에 나름대로 항변하고 나선 상황은 이해할 수 있으나, 이미 법원 판단이 끝난 뒤의 이같은 주장은 그리 설득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더욱 기세가 등등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에 미국 외 지역에서의 추가 소송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SK이노베이션을 향해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수조원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수천억원 수준을 제시한 SK 측과 상당한 간극이 있다.

이 때문에 소송에서 진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LG엔솔의 주장에 어느 정도 인정하는 자세를 취하며 테이블에 앉아야 양사간 협상에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에 단순히 금액 차이가 전부가 아니라는이야기가 된다.

LG엔솔에게도 보다 전향적 자세를 주문하고 싶다. 이미 법정에서 한차례 승부가 가려졌기에 이젠 무엇보다 국익을 우선시하는 포용력이 발휘되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협상이 길어지다가 결국 무산돼 항소 절차까지 밟으면 소송은 끝도 없이 길어진다. 수입금지 효력이 발휘된 채 장기전이 되면 그 파장은 양사 뿐 아니라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 전반으로 번질 위험이 크다.

당장 포드와 폭스바겐은 자사가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싸움의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나선 상태다. 각각 4년, 2년 안에 새 공급사를 찾아야 하는 이들 기업이 차기 파트너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을 선호하지 않을 가능성은 분명하다. 이들 외의 완성차 브랜드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파나소닉, BYD 등 중국·일본 브랜드가 상위권을 차지하며 선전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배터리 시장에서의 K-배터리 위용이 얼마나 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양사가 크게, 멀리 보고 판단해야 할 때다.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건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의 말처럼 남 좋은 일만 하는 일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승자의 아량을, SK이노베이션은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를 견지해 통 큰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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