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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암호화폐 '먹튀' 안 막나 못 막나

등록 2021.11.10 14:5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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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암호화폐 '먹튀' 안 막나 못 막나 


[서울=뉴시스] 김제이 기자 =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암호화폐 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지만, 한 쪽에서 피눈물을 흘리는 투자자도 있다. 최근 해외 거래소에 상장된 오징어게임 토큰 '스퀴드(SQUID)'에서 사기 행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인기에 편승해 나온 이 토큰은 출시 한 달도 안 돼 1코인당 0.01달러의 가격이 하루 새 2861달러까지 오른 뒤 바로 0.0008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코인 개발자들이 암호화폐를 현금화하고 튀어버린 '러그 풀(rug pull)' 사기인 것이다. 러그풀이란 많은 사람이 올라탄 카펫을 당겨 모두를 넘어트린다는 뜻으로 암호화폐 프로젝트 개발자들의 먹튀 행각을 의미한다.

스퀴드 코인의 피해 규모가 적지 않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직접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사법 기관에 넘기겠다는 결정을 내렸지만, 피해자 구제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해외거래소의 사례이지만 국내 거래소에서도 코인 투자로 인한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4일 업비트 사무실에서도 40대 남성이 분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투자로 인한 금전 손실이 이유였다.

투자는 개인의 결정이고 이에 따른 책임이 따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도 없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암호화폐 투자 이전에 고위험 투자로 인식됐던 증권이나 펀드 투자는 자본시장법, 예금자보호법과 더불어 올해 도입된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마련돼 있다.

암호화폐 투자가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데에는 코인의 상장과 폐지 기준이 거래소마다 다르다는 것이 일차적 문제로 꼽힌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도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부 거래소들의 부실 검증으로 인한 코인 상장폐지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을 앞두고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무더기로 거래 중인 코인들을 상장폐지한 사례를 보면 상장폐지 기준이 상당히 모호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모든 코인 거래소가 무더기 상폐로 논란을 빚은 것은 아니다. 일부 거래소의 경우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자체적인 상장심사를 하기도 한다.

암호화폐와 관련한 유일한 법안으로 볼 수 있는 '특금법' 역시 자금세탁방지 관련 내용이 대부분으로 암호화폐 투자자 보호나 거래소의 코인 상장·폐지 및 제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해주는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코인 사기는 금전 사기로 분류되지 않고 가상자산을 주고받은 것이기 때문에 사기 행각에 대한 처벌 여부도 구체화되지도 않았다. 코인 사기는 법 외에 있다는 점을 악용해서 반복될 수 있는 위험이 높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수차례의 코인 프로젝트 개발팀과의 대면 미팅과 잠입 모니터링도 실시하며 살펴보고 있지만 위험 요소가 감지되더라도 투자 유의나 입출금 제한의 조치가 전부"라고 토로했다.

특금법 시행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코인 과세를 앞두고 암호화폐의 제도권 편입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코인 투자자 보호 장치가 허술한 부분은 암호화폐와 거래소의 대외적인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암호화폐를 제도권에 들여오기로 결정한 만큼 거래소와 금융당국의 협조하에 각종 위험으로부터 투자자들의 재산권을 보호해줄 최소한의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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