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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요소수 사태에 '휘청' 한국, 경제안보 장기전략 안보여

등록 2021.11.09 14:5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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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비상설 조직 경제안보태스크포스 신설

미중 공급망 패권 갈등 속 원자재 무기화 전망

의존도 높은 韓, 경제안보 대응 조직 미비 우려

[기자수첩]요소수 사태에 '휘청' 한국, 경제안보 장기전략 안보여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경유(디젤)차량 운행에 꼭 필요한 요소수 품귀에 일상이 흔들리는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택배 화물차, 소방차, 구급차 등이 조만간 운행을 멈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가 일상을 덮친 상황에서 외교부는 1일 양자경제외교국 산하에 비상설 조직인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가 신설됐다고 4일 알렸다. 이미 지난달 15일 중국이 요소 수출 제한에 들어갔지만 외교부 등 주무부처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출범한 조직이다.

경제안보 위기는 자유무역 생태계가 외교 이슈로 흔들리면서 각국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요소수 대란 역시 '호주의 석탄(원자재 공급)→중국의 요소 추출 및 요소수 생산(가공 및 완성)→한국 수입'의 국제 공급망에 호주와 중국의 갈등으로 균열이 생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번 요소수 사태는 특정 국가의 원자재 공급이 막힐 경우 한국이 얼마나 무방비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지를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의 공급망 패권 갈등 속에서 원자재 무기화가 빈번해지리라는 예측도 이런 우려를 키운다.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실과 한국무역협회가 분석한 결과 올해 1~9월 한국의 수입품 1만2586개 중 31.3%(3941개)의 특정 국가 의존도가 80%를 넘었다. 자동차 차체 등에 쓰이는 마그네슘 잉곳은 100%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전력난 등으로 인해 생산이 줄어든 영향으로 이미 마그네슘 가격은 급등한 바 있다.

미국은 탈중국 노선 구축 움직임을 이미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한국 등 우방국 14개국을 초청해 공급망 글로벌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강제노동에서 자유로운 공급망"이란 표현을 쓰면서 미국의 편에 서 달라는 요구를 분명히 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가 경제안보 전담 조직을 만든 건 다행이다. 하지만 국가의 장기적인 경제·안보 대응 전략을 주도할 조직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국가 간 경제·기술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장관급 회의체인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출범시켰지만 아직은 비정기적 회의체다.

경제안보를 총괄할 경제안전보장 담당상을 신설하며 기민한 대응에 나선 일본과 대조적이다.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과 최대 교역국인 중국 중 한쪽만 택할 수 없다. 진퇴양난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의 경제안보 장기 전략을 고민하고 책임질 조직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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