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코로나 2년…'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그만

등록 2021.11.19 13:32: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코로나 2년…'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그만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이후 이렇게 빨리 위중증 환자가 늘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8일 한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토로한 말이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역대 최다인 3292명을 기록한 날. 감염병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주무부처 수장은 위드 코로나 준비가 미흡했다고 사실상 인정했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2년이 다 되가도록 임시방편으로 그때 그때 위기를 모면해온 결과다.

치료 병상과 인력 확보는 감염병 대응의 기본이자 핵심이다. 하지만 코로나 발생 2년이 다 되가도록 체계적인 병상과 의료인력 운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나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릴 때마다 정부가 민간병원에 병상을 요구하는 형태다. 행정명령, 이른바 '병상동원령'은 지난해 12월부터 1년도 안된 사이 벌써 다섯번이나 나왔다.

인력 확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의 순간만 넘기면 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1~4차 유행 때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 전담병원에 파견인력을 보내왔다. 몇 달이면 끝나는 기존 감염병과 달리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나왔다. 코로나19 발생 초기 때야 파견인력으로 버틸 수 있다쳐도 장기화에 대비한 인력 충원에 나서야 했다.

'이러다가 지나가겠지'라는 정부의 안일한 현실인식이 결국 코로나19에 대한 부실한 대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은 만큼 이번엔 달라져야 했다. 치료 병상과 인력 확보에 허둥대지 않으려면 열악한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해야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 변한 게 거의 없다. 공공병원 확충은 '허울좋은 말' 뿐이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공공병원 신축예산은 0원이었다. 지난해 3월 대구 중심의 1차 대유행 때부터 공공병상 부족 문제를 뼈저리게 겪었지만, 현실 인식에 그친 것이다.

반면 코로나 병상 확보를 위한 민간의료기관 손실 보상액은 무려 9304억 원에 달했다. 정부가 그동안 '언발에 오줌누기'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해왔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중증환자 전담치료병상의 경우 사용하면 평소 병상 단가의 10배, 사용하지 않아 비어있어도 5배를 지원해준다. 이런 임시방편으론 국민이 낸 세금은 세금대로 쓰면서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힘들다. 당장 급증하는 중증환자에 대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비(非)코로나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똑같은 실책을 반복한 결과는 처참하다. 환자는 넘쳐나는데 의료인력은 지쳐가고 있다. 위중증 환자 수는 정부가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밝힌 기준인 500명을 사흘 연속 넘어섰다.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대기 중인 환자 수도 수도권에서만 이달 1일 0명에서 18일 432명으로 급증했다. 의료인력은 "더는 못 버티겠다"고 아우성치고 심지어 병원을 떠나가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공공병원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전국 35개 지방의료원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41개 공공병원이 중심을 잡고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전체 병상의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환자 치료의 70% 가량을 책임지는 형국이다. 한때 코로나 환자 치료의 90% 이상을 전담하기도 했다. 혀를 내두를 일이다.

감염병 대응은 교량·도로 건설 등처럼 당장 성과가 눈에 드러나진 않는다. 하지만 감염병은 언제든지 불시에 침투해올 수 있다. 대응 체계가 부실하면 이미 경험했듯 곧바로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국민의 안녕을 추구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공공어린이집, 소방서 등이 적자가 난다고 해서 문을 닫지 않듯 공공병원도 당장 적자가 나도 멀리 내다보고 지원해야 한다. 올해도 연말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남는 예산으로 멀쩡한 도로를 재포장하거나 불필요한 다리를 놓는 전시성 행정에 국민 혈세를 낭비할 것인가. 아니면 공공의료 확충의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딛을 것인가. 국민들이 두 눈을 부릅 뜨고 지켜보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