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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전히 높기만 한 금융권 `유리천장'

등록 2021.12.20 14: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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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여전히 높기만 한 금융권 `유리천장'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최근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는 핵심 계열사가 아니지만 신한DS 사장이 주목받았다. 여상을 졸업한 뒤 신한은행 공채 1기로 입행해 CEO까지 오른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이 이 자리에 내정돼서다. 신한금융에서 여성 CEO는 이번이 처음이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금융회사 여성 CEO는 여전히 찾아보기 어렵다. 은행권에서는 지난해 말 처음 여성 민간은행장이 배출됐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으로 권선주 전 기업은행장에 이어 두번째 여성 은행장이다.

양성평등이 모든 회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면 대다수 금융그룹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차기 후계자로 거론되는 후보명단을 보면 남성뿐이고, 아직 여성 부행장이 한 명도 없는 은행도 있다. 핵심 보직에 보낼 여성 인재 풀 자체가 워낙에 협소해 당분간 이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배경에는 다른 업권보다 보수적인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금 30대 후반, 40대 초반까지 내려가면 여성 비율은 절반가량 된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여성 직원이 결혼하면 회사를 그만두게 하는 사내 규정이 있었고, 모 은행은 10년 전까지 남·여 직원의 직제가 아예 달랐다고 한다.

그러니 승진이 어렵고 CEO가 되기 위해 거쳐야 할 중요 직책을 경험한 여성 직원 수가 한정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50대 여성 임원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때문에 사내 여성 인재 육성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그룹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리천장을 깨기 위해 여성 금융인들이 의기투합한 단체도 있다. 여성금융네트워크는 지난 2003년 조직돼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CEO들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초청해 여성 임원을 늘리기 위한 노력 등을 지속 중이다.

하지만 내부 조직 분위기가 경직돼 있으면 그 어떤 변화도 생기기는 어렵다. 금융사들이 견제하는 대형기술기업(빅테크) 중 하나인 네이버는 최근 1981년생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 책임리더를 CEO로 내정했다. 현 대표도 여성이지만 최고 수장 나이가 확 낮아진 모습이다.

이 소식을 접한 금융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권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 블러(Big Blur)'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정짓는 제약 요소를 걷어내는 것부터가 첫걸음이 아닐까. 더 많은 여성 금융인들의 활약을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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