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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잠자는 재정준칙, 이제는 깨울 때다

등록 2022.01.26 17: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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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등 미래 재정여건 변화에 한 발 앞서 대비하기 위해서는 재정을 보다 건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6년 10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구구조 변화와 복지 성숙도 진전, 남북관계 특수성 등 여러 요인 고려 시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 관리 및 재정 여력 축적이 긴요하다." (2020년 10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근혜 정부 마지막 경제부총리였던 유일호 전 부총리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경제수장이 유력한 홍남기 부총리가 4년이라는 시간차를 두고 한 말이다.

유 전 부총리는 당시 나랏빚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국가채무비율 4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재정건전화법을 국회에 제출하며 이 같이 말했다. 홍 부총리 역시 코로나19 위기 속에 급격히 팽창한 국가채무 관리의 시급성을 이처럼 강조하며 재정준칙을 만들어 발표했다.

재정건전화법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확장재정 기조 속에 유야무야 되면서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2017년 당시 국가채무비율은 36% 수준으로 재정건전화법 없이도 관리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코로나19 펜데믹이 국가 경제를 뒤흔들었고 국가채무는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고통을 나눠지기 위해 나라 곳간을 열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규모 재정 투입과 거듭된 추경으로 지난해 국가채무는 재정건전화법 마지노선(45%)을 훌쩍 넘어 47.3%를 기록했다. 급기야 올해는 50%(본예산 기준 50.1%)를 돌파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유례없는 1월 '눈꽃 추경'도 모자라 국회에서는 14조원 규모의 정부안보다 두 배 넘게 증액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선 이후 추가 추경 가능성도 거론하며 일찌감치 군불 때기에 들어갔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거대 양당 후보들은 앞다퉈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확충, 병사 월급 200만원, 농업직불금 확대, 출산 장려금 월 100만원 지급 등 수십조원의 막대한 재정 투입 없이는 그야말로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는 공약들이다.

하지만 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다. 세출 구조 조정이니 기존 복지 예산 정리 등을 언급하며 두루뭉술 넘어가기 일쑤다. 누군가는 차기 정부를 책임질 위치에 오를 텐데 돈 풀 생각만 할 뿐 비어가는 나라 곳간은 안중에 없는 듯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늦춰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논의에 앞장서야할 국회도 모르쇠로 일관한다. 재정준칙은 재작년 10월 국회로 공이 넘어간 뒤 기재위 소위에서 한 차례 논의했을 뿐 1년 넘게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코로나19 시국에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이다. 금리는 오르는데 계속해서 돈을 풀자니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정책 엇박자란 원치 않는 손가락질까지 받고 있다.

그 동안 지속적인 가계 부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뇌관이었다. 정부는 대출 총량제라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폭발 위험성에 대비했다. 재정준칙도 마찬가지다. 대내외 여건에 민감한 우리 경제의 특성상 폭발 위험성은 상존해 있다.

급증하는 국가부채에 제동을 걸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재정준칙 도입에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표심에 눈이 멀어 돈 풀기 경쟁에 급급하기보다 나라 살림살이를 냉철하게 들여다보고 재정준칙 도입 필요성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후보가 나와 주길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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