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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예술단체장 '낙하산 인사'

등록 2022.02.04 16: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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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반복되는 예술단체장 '낙하산 인사'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신임 대표에 최정숙 전 숙명여대 겸임교수가 임명되자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먼저 튀어나왔다. 문체부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클래식계는 고개를 갸웃했다. 성악가가 오케스트라 대표를 맡은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그와 관련된 국내외 경력이나 전문성, 예술행정 경험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장관과 친분이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가 모아지면서 '낙하산' 논란으로 이어졌다.

비단 이번만의 일은 아니다. 공공 문화예술단체들의 수장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문제로,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지진 않는다. 지난 2015년에 임명된 한예진 전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단장)의 경우에도 자질 논란이 일었고, 오페라 관계자들에게 '낙하산 인사'라며 강한 반발을 받고 53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낙하산 인사' 논란은 '깜깜이'식 인사에서 비롯될 수밖에 없다. 문체부 장관이 주요 국립 예술단체장에 대한 임면권을 쥐고 있는 가운데, 공모나 추천위 등 객관적인 검증 절차 없이 임명하는 경우에 발생할 여지가 커진다. 코리안심포니를 비롯해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등 단체들은 문체부 장관이 수장을 바로 임명할 수 있다.

최근 문체부 산하 단체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초대 이사장 및 사장 인사를 두고 광주 지역 문화단체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이 닿아있다. 이들 단체는 문화와 관련 없는 언론사, 시의원 출신 인사가 임명되자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며 절차 과정에서 문체부가 지역사회와 소통하지 않은 문제를 들며 반대하고 있다. 광주시도 일방적 임명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문체부는 인사권을 정당하게 행사했고, 여러 의견을 수렴해 후보를 검토한 결과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에 쉬이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현장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건 분명 이유가 있을 테다. 각 단체 특성에 맞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하는 배의 방향키를 잘 설정해야 하는 수장이 초반부터 불안하면, 어딘가 삐걱댈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수장의 공백기도 되짚어볼 문제다. 예술단체장들은 유독 적임자를 찾지 못해 공석이 길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업무 공백으로 이어진다. 임기 만료에 급하게 추진되거나 적합한 인물이 없을 수도 있지만, 도돌이표 같은 상황엔 정확한 진단과 개선이 필요하다. 공모로 치러지는 국립극장 극장장 자리는 현재 5개월 가량 공석인 상태다. 전임자인 김철호 전 극장장도 공석 1년 만에 임명된 바 있다.

결국 그 짐을 고스란히 떠안는 건 임명권자가 아닌 예술단체들의 구성원이다. 나아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관객들에게 돌아온다. 1년 전 문체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고 했다. 다음 수장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을 테다. 최근 만난 한 단체의 구성원은 부러운 듯 이렇게 말했다. "해외 단체의 홈페이지 인사말을 보면 예술감독(단장) 두 명이 나란히 있다. 현직과 차기. 임기가 끝나기 1년여 전 차기 감독을 미리 정해놓는다"고 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언제쯤 반영될 수 있을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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