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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범람하는 주식 유튜브...투자자 보호는 뒷전

등록 2022.02.09 15:15:05수정 2022.02.09 16: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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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범람하는 주식 유튜브...투자자 보호는 뒷전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국민 공모주 LG에너지솔루션 청약일이었다. 코스피 2위, 2차전지 글로벌 기업 등장에 기대감이 고조됐다. 1주라도 더 배정 받고자 투자자들은 막판까지 증권사 별 실시간 경쟁률을 살폈다. 기자들도 매 시간 기사를 썼다. 현재 어느 증권사가 더 유리한 지, 증거금 1억이면 비례로 얼마를 받을지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전화도 여러 번, 계산기도 여러 번 두들기던 나를 안쓰럽게 본 증권사 직원이 말했다. "그만 고생하시고 편히 유튜브 보세요. LG엔솔 검색하면 지금 실시간 방송 우르르 나와요. 다들 지금 기사 말고 그거 보더라고요."

취재하며 특히 체감한 점이 '주식 유튜브'로의 시대 전환이다. 이렇게 빠르게 정보를 전달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최근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투자가 늘었는데 그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 코로나19로 비대면 선호가 더해지며 주식 유튜브 수요가 급증했다. 모 유명 주식 유튜브가 이런 시대 전환을 가속화했다. 저금리에 코스피는 역대 최고치로 치솟으니 빚 내서라도 뭘 사볼까 궁금증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이었다. 이 때 각 분야 전문가가 공짜로 가르쳐주는 이 방송은 히트를 쳤고, 협찬·광고와 유튜브 수익 등을 거두며 한때 업계에선 상장하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제는 쏠림 현상을 우려해야 할 지경에 도달했다.  비슷한 패턴의 채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재 메리츠증권 등 전 증권사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투자고수와 슈퍼개미, 베스트셀러 작가 등 전문가들은 몇 십만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일부 기업과 언론사도 주식 채널을 운영하며 주식과 무관한 채널도 투자 영상을 올릴 정도다. 신원이 보장된 유튜버가 팩트체크 된 정보를 전달하면 누가 말리겠나. 그것이 유튜브 순기능이고, 이를 판단하는 것이 투자자 몫인 것을. 문제는 조회수가 거둬들이는 달콤한 수익 만을 노린 무분별한 유튜버가 단기에 범람하는 현실이다.

작년에 '주린이 유튜브 열풍'을 취재한 적 있다. 개인 유튜버는 대체로 '소액으로 시작해 경제적 자유를 이룰 만큼' 성공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기반으로 기초부터 종목 분석 등을 하는데, 간혹 추천도 한다. 각자 사정이 있다 보니 직업을 숨기거나 익명 뒤에 숨는 때가 있다. 유튜브 특성 상 정보만 정확하면 문제될 게 없지만, 가끔 본인은 아예 등판도 하지 않고 판서와 목소리 만으로 몇 만 구독자를 거느린 채널을 보면 놀랍다. 어떤 종목 추천 채널은 카카오톡 리딩방을 떠올리게 하고,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띄우고 읽어주는 채널은 저렇게 조회수를 거두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법적 문제는 없을까 의아할 때도 있다.

무분별한 정보 홍수 속에서 투자자를 가장 먼저 걱정한 곳이 금융투자협회다.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올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을 '금융 정보 홍수'이면서도 "제대로 된 정보는 찾기 힘들어 풍요 속 빈곤'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취임부더 투자자 교육을 강조하더니 투자자교육협의회를 비롯 지난해 10월에는 무료 교육 플랫폼 '알투플러스'를 출시했다. 하지만 알투플러스에 올라온 동영상 중 작년 게시물임에도 조회수가 0인 것(지난 9일 기준)도 상당하다. 아직 초기 단계라지만 취지가 좋아도 홍보가 미흡해 투자자가 찾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마찬가지다. 리딩방이나 세력들이 투자 유튜버로 둔갑해 숨어있진 않을까. 주가가 오를 때는 크게 보이지 않던 위험이 급락하면 드러나기 마련이다. 투자자 피해가 커질 때 대처하면 늦는다. 감독 규정도 시대 변화에 맞춰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뒤늦게 '투자는 개인의 판단과 선택의 몫'이라고 할 텐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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