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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바이오’ 강성주주와 설레발, 인과관계의 딜레마

등록 2022.02.16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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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약바이오’ 강성주주와 설레발, 인과관계의 딜레마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백신·치료제 개발을 염원하던 코로나 초기 상황과 다르게 증시가 폭락하고 백신·치료제가 하나 둘씩 나오면서 개발에 나선 기업들의 마음이 바빠졌다. 하루 종일 주주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오를 기미가 안 보이는데다 코로나19가 3년차에 접어들고, 곧 풍토병으로 전환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제는 경쟁력도 사라졌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반발은 더 심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공지해도 자신들이 원하고 듣고 싶은 말만 하는 주주들이 너무나도 많다”며 “우리는 진심으로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데 사기꾼이라는 말을 매일 듣고 있다. 전화벨이 늘 울린다”고 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인력과 대응 경험이 적은 바이오 벤처의 경우 어려움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주주와의 이 같은 관계는 코로나 백신·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약바이오 기업이라면 늘 겪는 일상적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주가가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면서 이런 상황은 일상이 됐다”며 “의약품은 특성상 개발이 매우 오래 걸리는, 호흡이 긴 종목인데 개발이 금방 될 것으로 기대하고 무턱대고 투자하는 주주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압박 시위를 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해 하소연·협박하는 강성주주들의 태도는 잘못됐지만,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이를 자초했다는 평가도 있다. ‘주가 띄우기’에 급급해 자신들의 신약 후보물질을 과장·과대 포장하는 기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코로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 중 일부는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하지도 않았음에도 긴급사용 승인 신청을 거론하거나, 이전과 비슷한 내용의 의미 없는 자료를 일주일에 몇 번씩 배포하기도 한다. 마치 주주들 입막음용과 같은 것이다.

업력이 오래된 전통제약사 중에서도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선언하고도 수개월째 임상환자 모집을 하지 못한 곳도 많다.

이에 일부 관계자들은 이것을 두고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인과관계의 딜레마와 같다고 표현하고 있다. 기업의 설레발이 주주들을 화나게 하는 것인지, 강성주주들로 인해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는지 하는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결국엔 기업들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의 책임경영을, 주주들은 주인의식과 냉정한 시각, 인내가 필요하다는 자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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