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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사 '먹통' MTS 언제까지

등록 2022.03.0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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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증권사 '먹통' MTS 언제까지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주식투자자 1000만명 시대다. 지난 2020년 말 결산 상장법인 소유자가 919만명으로 전년 대비 300만명이 늘었으니, 지금은 1000만을 훨씬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주식거래활동계좌 수는 6000만개를 넘어섰다. 개인투자자 1인당 평균 5~6개꼴로 우리나라 전체 인구보다 많은 숫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면서 직장인들이 기존의 소득만으로는 주택을 사기는커녕 전세조차도 구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이에 너나없이 주식과 코인에 뛰어들면서 이제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근로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 같은 투자 광풍에 힘입어 증권사들의 영업실적은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대형사들은 잇달아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 안착했고, 중소형사들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시현하는 중이다.

이들 증권사는 수익 급증의 원인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수수료 확대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1000만 동학개미 열풍으로 인한 과실을 고스란히 맛보고 있지만, 거래가 몰릴 때마다 터지는 먹통 서버 문제는 도통 해결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대어급 공모주의 청약과 상장일마다 나오는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마비 현상은 이제는 일상적인 과정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대형과 중소형사를 가릴 것 없이 해마다 회사당 수십에서 수백 건의 MTS 먹통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21개 증권사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은 지난해 누적 2922건에 달한다. 분쟁조정 신청이 가장 많은 한 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접수된 민원도 361건에 이른다. 민원 접수 사유로는 MTS와 홈트레이딩서비스(HTS) 오류 등의 전산장애가 351건으로 97%를 차지했다. 이는 일례일 뿐, 다른 증권사들 역시 발생 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산장애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맥을 나란히 한다.

물론 증권사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전산장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버를 증설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마다 개인투자자들을 통해 얻는 막대한 수익에 비해 얼마만큼 수준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지는 자문해볼 일이다.

한국거래소와 증권사들 간의 전산장애 책임 전가도 감지된다. 기업공개(IPO) 사상 최대어로 꼽혀온 LG에너지솔루션은 청약 전부터 전산장애가 예고된 종목이다. 공모주 배정을 맡은 증권사들은 나름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전산장애 문제가 여지없이 불거졌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일 고가에 매도하려는 거래가 일시에 몰리면서 일부 증권사의 MTS와 HTS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해당 증권사들은 자체 시스템 오류가 아닌 거래소의 주문확인 대기로 인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거래소는 증권사의 주문처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거래소와 증권사 간에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전산장애 문제로 원하는 시간에 주식을 사고팔지 못하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소송전으로 가더라도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그동안에 들어가는 비용과 피해 보상 역시 명확한 산정이 어려운 실정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형 공모주 상장일 등 특정 시간에만 트래픽이 몰리는데 서버 증설과 시스템 개선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게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전산 사고는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 발생하면 투자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수익 위주의 근시안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전산 투자로 금융회사의 신뢰도를 높여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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