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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와대 대변인의 눈물이 남긴 것

등록 2022.03.11 10:00:00수정 2022.03.11 11:2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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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 기대했으나 석패…靑참담한 심정 단면

지지율 40%지만 정권 넘겨준 文마음 어떨까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안채원 기자 =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울먹였다.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를 전하면서다. 윤석열 당선인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한 그는 이어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는 대목에서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영상 녹화가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그 모습은 여과 없이 공개됐다. 눈물의 이유를 놓고는 다양한 추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그 이유를 떠나서 선거 후 통합을 주문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적절한 태도였는지, 중립의 의무가 있는 공직자로서 올바른 행동이었는지를 문제 삼는다. 왜 울먹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고, 울먹인 게 적절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다만 청와대 대변인의 눈물이 정권 재창출이 좌절된 청와대의 참담한 심정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에는 대부분 동의할 것 같다.

신승을 기대했지만 끝내 석패했다. 당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가 여유 있게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청와대도 분위기가 좋지 않았는데,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에서 예상 밖 '소수점 격차'가 전망되자 '잘하면 이기겠다'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결과지를 받아든 후 청와대 관계자들은 "원래 쉽지 않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갈등을 봉합하고 '원팀'을 다짐했을 때부터 판세가 기울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달,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수사'를 언급한 윤 후보를 향해 "사과하라"고 직격했다. 대통령이 굳이 갈만한 행사가 아니란 지적이 나온 전북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해 "정부가 조선소 재가동에 함께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라고 호소도 했다. '선거 개입' 논란이 불거질 걸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절실했던 것이다.

정권재창출 실패의 원인이 한쪽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불릴 만큼 두 후보자에 대한 호감도가 낮았다. 여권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과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에 더해 막판 배우자까지 특혜 의혹에 휘말렸다. 후보 경쟁력에 문제가 있었단 뜻이다. 다만 후보 경쟁력을 논하기 이전에 '정권교체론'이 높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에 180석을 안겼던 민심은 1년 만인 지난해 4월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 때 정권심판론으로 기울었고, 이후 그 큰 흐름은 변하지 않았다. 남북관계 교착, 검찰개혁 갈등 심화, 부동산 가격 급등, 코로나19 사태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급변하는 국제정세, 예측이 어려운 시장 상황 등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국정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제 60일이 채 남지 않았다. 높은 지지율로 5년 내내 사실상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 현상) 없이 존재감을 과시해온 청와대로서는 낯선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윤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가동되며 윤 당선인의 행보 하나하나가 주목받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이견이 생긴다면 '새 정부 발목잡기'란 비판이 나올 것이 뻔하다. 업적 홍보도 이뤄질 텐데 관심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권력의 주인이 바뀜에 따른 당연한 일인데, 하루아침에 바뀌는 처지가 어쩐지 서글프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지난해 7월 "(청와대)를 나가는 그 전 주 (마지막 대통령) 국정지지율 조사에서 40%가 나오면 여한이 없겠다"고 했다. "40% 지지율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과 척져서는 누구도 대통령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도 말했다. 여전히 지지율 40%를 기록 중인, 하지만 정권 재창출이란 결실을 맺지 못한 문 대통령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박 대변인처럼 눈물을 보이고 싶은 심정일까. 아니면 오히려 덤덤할까.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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