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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피지기]가짜이혼에 가짜효자…'로또 청약'이 낳은 불법 천태만상

등록 2022.03.19 10: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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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단위 시세 차익 기대로 청약 관심 높아져

“아이 한명 더 낳으면 5억원” 우스갯소리도

부양가족 수 늘리려 부모·조부모 위장전입

특공 한부모가정 가점 노리고 위장이혼도

임신 하지 않고 진단서 위조한 사례도 있어

불법행위 막을 수 있어야 집값 안정도 가능

[집피지기]가짜이혼에 가짜효자…'로또 청약'이 낳은 불법 천태만상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올라 평균 매매가격이 12억원(KB국민은행 2월 통계 12억6891만원)을 넘어섰습니다.

이렇게 집값이 크게 올라 매매로 집을 사기 부담스러워지자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 주택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주택청약종합저축·청약저축·청약예금·청약부금) 가입자 수는 2848만1971명입니다. 국민 두 명 중 한 명꼴로 청약통장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분양 주택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 심사 등 정부의 분양가 통제를 받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은 경우가 많은데 시세와 차이가 5억원 이상 나는 단지도 많이 있습니다.

현 청약제도는 부양가족 수에 따라 가점이 높아지는 구조이고, 특히 신혼부부 특공은 자녀 수에서 당락이 갈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아이 한 명을 더 낳으면 5억원'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합니다.

소위 '로또 청약'에 사활을 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작년에는 서울 평균 당첨 가점이 역대 최고인 62.6점까지 치솟았습니다. 3인 가족이라면 무주택 기간(최고 32점)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고 17점)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야 당첨이 가능한 점수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떻게라도 점수를 높여 청약에 당첨되기 위한 불법과 꼼수가 끊이지 않습니다.

가장 흔한 사례는 '위장전입'입니다. 직계존속은 3년 이상 동일 등본상에 있으면 가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돼 있어 청약 가점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는 같이 살지 않는 부모나 조부모를 위장전입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청약 가점제는 84점 만점으로 부양가족 수(최고 35점)와 무주택 기간,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해 점수를 매기는데 '부양가족 수'의 가점 배점이 크기 때문에 불법에 악용되는 사례가 많은 것입니다.

정부는 소형주택에 부모, 조부모 등 많은 동거인이 등록된 경우 등 위장전입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가려내 카드사용 내역이나 통화기록 등 생활기록을 확인한다고 하나 시장에서는 적발되는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습니다.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임신한 사실이 없는데 임신했다고 허위진단서를 낸 사례도 있습니다. 진단서 서식이 통일되지 않아 위조가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입니다.
 
반대로 가짜로 이혼을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최근 국토부 조사에서 적발된 사례를 보면 한 신혼부부는 신혼부부 특공 청약점수를 높이기 위해 허위로 위장이혼을 했다가 적발됐습니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공공분양은 자녀 수, 해당 주택건설지역 연속 거주기간, 청약통장 납입 횟수, 혼인기간(신혼부부) 또는 가장 어린 자녀의 나이(한부모가정) 점수로 평가해 당첨자를 선정합니다.

그런데 신혼부부는 혼인 기간 3~5년, 5~7년의 경우 각각 2점, 1점을 받지만 2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가정의 경우 3점을 부여합니다. 한부모 가정이 되면 청약 점수를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노리고 위장이혼 했다가 적발된 것이다.

가짜이혼 사유는 또 있습니다. 자녀 세 명을 둔 한 부부 다자녀 특별공급 대상이 돼 부인 명의로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습니다. 집이 생긴 뒤 부부는 이혼했고, 이번엔 남편 명의로 다시 다자녀 특공에 지원해 또 당첨돼 한 채를 더 분양받았습니다. 그런데 국토부 조사 결과 이 부부는 이혼 후에도 한 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전문 브로커가 개입된 불법청약 사건도 끊이지 않습니다. 청약통장 매매를 조직적으로 알선하는 브로커들의 주 범행 대상은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이들입니다. 브로커들은 이들에게 접근해 청약 가점이 높은 통장을 사들이고, 상대적으로 경쟁률이 낮은 장애인, 북한이탈주민 기관추천 특공 전형을 악용해 청약을 받기도 합니다. 

부정청약으로 적발되면, 수사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익 금액에 따라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물수 있습니다. 당연히 해당 아파트 계약은 취소되고, 최장 10년까지 청약 자격이 제한됩니다.

정부는 올해 불법행위 점검 알고리즘을 개발해 모든 분양단지의 청약 현황을 모니터링 하는 등 단속을 강화한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 만연한 불법행위를 뿌리뽑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일입니다. 불법행위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어야 집값 안정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집피지기' = '집을 알고 나를 알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다'는 뜻으로, 부동산 관련 내용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 위한 연재물입니다. 어떤 궁금증이든 속 시원하게 풀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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