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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시행 반 년도 안된 중대재해법, 안착이 우선

등록 2022.04.01 15: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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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들이 받는 문자메시지가 하나 더 늘었다.

법 시행 직후부터 중대재해가 잇따르면서 기자들로부터 문의가 빗발치자 고용노동부가 사고 발생 후 원인 등 자세한 경위를 안내하고 있는 문자다.

휴대폰을 부여잡고 고용부 회신을 기다리느라 속 끓일 시간이 줄어 편해지긴 했지만 문자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문자가 온다는 건 그만큼 큰 사고가 생기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지난 금요일 하루에만 끼임, 추락 사고를 알리는 5건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 법이 영세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을 유예한다는 부분을 감안하면 비가 오던 이날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더 많을 터다.

숱한 논란에도 이 법이 결국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되기까지는 이 같은 안타까운 죽음을 막기 위한 공감대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사고만큼이나 내심 법이 무사히 현장에 안착해 효과를 발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더해졌다.

그런데 최근 노동계 안팎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두고 법 시행 전보다 혼란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용부가 중대재해법 관련 시행령 개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다. 지난달 2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용부는 법 시행이 얼마되지 않아 개정은 어렵지만,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령 개정·보완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그간 고용부가 취해왔던 입장과 상당 부분 온도차가 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경영계는 법 제정 직후부터 줄곧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가 모호하다는 점을 내세우면서 시행령 개정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고용부는 이 법이 처벌보다는 예방에 방점을 두고 있는 만큼 기업이 자발적으로 인명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거듭 당부해온 상황이다. 법 시행을 한달 앞두고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정부는 국회 합의 취지를 고려해 최선을 다했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 고용부가 이제는 시행령 개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시행령 개정은 어디까지나 '필요시'에 따른 조처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법을 시행한 지 반 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주무부처가 이 같은 여지를 남기자 혼란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가 잇따른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는 "1호 사건조차 아직 수사 중인 상황에서 시행령을 고치게 되면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 현장 감독관에게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고용부 업무보고에 대해 "인수위에게 적절했던 보고"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고용부의 태도가 현 정부의 친노동 기조에 반대했던 새 정부를 감안한 눈치보기란 말도 나오지만 행정부처가 정권의 기조와 궤를 같이해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어떻게 보면 고용부가 이 법의 문제점을 태생적으로 이미 인지하고 있다는 설명이 더 와닿기도 한다.

그러나 법이 이미 시행된 이상 일단은 현장에 안착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말 많고 탈 많은 법이라도 진짜 고쳐야할 부분은 사건이 쌓이고 적용하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키를 쥔 고용부가 제대로 시행도 되기 전에 오락가락 행보로 혼란을 키우기보다 일관성 있는 자세로 애초 법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 것이다. 그것이 이 법을 낳게 된 '중대재해 감축'이라는 목적에 가까워지는 방법으로도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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