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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물가와 추경 '딜레마'…尹 정부 우선 순위 정할 때

등록 2022.04.13 17: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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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물가와 추경 '딜레마'…尹 정부 우선 순위 정할 때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3%대로 상승 조짐을 보이던 물가는 지난달 10년여 만에 4%대로 치솟았다. 월급쟁이라면 한 번쯤 우스갯소리로 '월급 빼고 다 올랐다'고 하는데 요즘엔 올라도 너무 올랐다.

우리나라와는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타국 간 전쟁이 우리네 밥상 물가를 흔들고 있다. 석유류와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31.2%나 폭등했다. 세계 식량가격지수도 2개월 연속 최고치를 경신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석유류와 국제 곡물가 상승은 생활 물가 전반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가공품과 식료품 등 재료비가 껑충 뛰어 직장인들의 끼니를 걱정하게 만든다.

지난달 외식 물가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인 6.6%까지 올랐다. 출근길 1500원 주고 사 먹던 김밥 한 줄은 어느새 5000원에 육박했다. 갈비탕은 1만5000원 수준으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메뉴가 됐다. 죽 한 그릇은 1만원을 훌쩍 넘겨 아픈 서러움까지 부추긴다.

정부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 번 오르기 시작한 물가는 좀처럼 꺾일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장기화되고 무너진 글로벌 공급망은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다. 이달부터 전기·가스 요금 인상도 예고됐다.

이 와중에 시장에는 돈이 더 풀릴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는 5월 새 정부 출범 즉시 대규모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예고한 상태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을 보상하겠다는 취지다. 그 규모를 두고 '30조원', '50조원' 등 말이 무성하다.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추경이라지만, 물가 상승세를 볼 때 우려를 지우기 어렵다. 큰돈이 시장에 풀리면 풍부해진 유동성으로 물가 상승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의 '재정 지원' 가치는 하락한다. 결과적으로 서민들의 부담만 더 커지는 셈이다. 물가 급등이 지속하면 경제 또한 움츠러들 수 있다.

정권 교체의 뜻을 이루고 야심 차게 출범하는 새 정부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겠다는 포부다. 출범 후 곧바로 추경안을 내놓겠다 공식화했고, 민생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고물가도 잡겠다고 자신했다.

재정을 쏟으며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미인데, 상충된 두 약속을 어떤 방식으로 지키겠다는 것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시장에 돈을 풀면서도 물가를 잡겠다는 윤 정부에게 경제 논리로는 따질 수 없는 해법이 있으리라 믿고 싶다. 그게 아니라면 시장 앞에 솔직해져야 한다. 물가 급등에 기름을 붓는 정책을 펼치기엔 시장이 보내는 경고가 심상치 않다. 특단의 묘수가 있는 게 아니라면 아무리 좋은 정책도 우선순위와 속도 조절이 필요한 법이다.

약속을 지키려는 태도는 평가받을 만 하나, 태도만을 우선시하다 두 마리 토끼 모두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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