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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중국인도 와인을 마셨다 [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등록 2022.10.29 06:00:00수정 2022.10.29 12: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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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촨(중국)=신화/뉴시스] 지난해 9월25일 중국 북서부 닝샤후이족 자치구 인촨에서 열린 '국제 와인 문화 관광 엑스포'에서 방문객이 와인을 맛보고 있다. 2022.10.25 photo@newsis.com

[인촨(중국)=신화/뉴시스] 지난해 9월25일 중국 북서부 닝샤후이족 자치구 인촨에서 열린 '국제 와인 문화 관광 엑스포'에서 방문객이 와인을 맛보고 있다. 2022.10.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인류문명은 지역적으로 고르게 발전하지 않았다. 지구의 동서 방향 축으로 확산을 계속해왔고 남북의 축으로는 느리게 진행되었다. 추위, 산맥, 말(馬)의 존재 등 생태적, 지리적 환경 차이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유라시아를 가로지르는 동서 축은 위도상 기후가 비슷하고 문명의 이동을 가로막는 산맥 등의 장애물이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남아메리카는 최고 높이 7000m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험준한 안데스 산맥이 태평양과 대서양이 접한 동과 서를 완벽히 분할하고 있다.

또 말의 가축화도 문명의 발전과 확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말은 원래 북미 대륙이 원산지로 현대 말의 조상은 약 70만년 전 베링 해협을 건너 동북 아시아로 왔고 순식간에 유라시아 전역으로 확산했다. 그후 북미와 남미에 있던 말은 멸종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말이 다시 나타난 것은 1492년 콜롬버스가 남미 대륙을 발견한 때이다.

서부극에 등장하는 말은1630년 코만치 인디언을 통해 처음 들어왔다. 약 50만년 전의 인류는 말을 식용으로 사냥했다. 기후가 따뜻해져 초원지대가 넓어지면서 한때 말의 서식 범위도 늘었지만 산림이 함께 번성해 초지를 잠식하여 8000년전쯤에는 중부 유럽에서 말이 사라졌다. 하지만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의 코카서스 산맥 북쪽으로부터 동쪽의 몽골에 이르는 지역에는 동서에 걸쳐 7000km에 달하는 스텝 초원지대가 뻗어 있었고 말은 생존을 유지한다. 그리고 7000년 전 인류는 최초로 이 지역에서 말을 길들여서 타기 시작한다. 기마 유목민의 등장이다.

이들은 서쪽으로는 헝가리 평원과 동쪽으로는 중국 쪽으로 확산해 징기스칸의 몽골 제국에 이르기까지 향후 몇 천년간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원전 9세기에서 2세기 사이 중앙아시아 지역에 존재했던 스키타이족은 한때 유라시아 스텝 전역을 지배하고 중국의 주나라를 침범했다.

또 최초로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 중국을 연결하는 ‘초원길’ 실크로드로 불리는 동서 교역로를 만들고 통제했다. 기원전 4세기말 전국시대에는 ‘흉노’라는 유목민이 등장한다. 투르크족 혹은 몽골족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중국 역사에 큰 변수로 작용한다. 전성기 시절 흉노족의 영토는 시베리아 남부에서 신장 위구르, 내몽골, 중국 간쑤성(甘肅省)을 넘어 만주 서부에까지 이르렀다. 기원전 200년에는 내륙인 산시(山西)성 평성에 있는 백등산에서 한나라 고조 유방의 군대를 포위한 후 화친을 맺어 60년간이나 조공을 받아 내기도 했다. ‘평성의 치욕(平城之恥)’으로 불리는 전쟁이다. 이들의 후손인 훈족은 기원후 4세기 유럽을 침공하여 헝가리인의 뿌리가 되었다.
 
중국의 와인은 기마 유목민족과 관련이 깊다. 와인의 역사도 월지(月氏)족이 신장 위구르 지역을 통치하던 기원전 4세기부터 시작된다. 기원전 2세기 ‘오아시스길’ 실크로드를 개척한 장건(張騫: ?~BC114 )은 와인을 중국 본토에 처음 들여왔고 이 역시 월지족 및 흉노족과 깊은 인연이 있다.

이미 3천년전에 주나라를 침입한 스키타이족이 중앙아시아와 고대 페르시아에서 포도나무와 와인을 처음 가져와 지금의 산시(山西)성 칭쉬(淸徐)현에서 와인의 양조가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으나 확인되지 않는다. 이곳은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포도와 와인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멀지 않은 산둥(山東)성 린추(臨胊)현에서는 2600만년 전 포도나무의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13종에 이르는 중국 고유의 야생 포도 품종은 유전적으로 세계 3대 포도 원종의 하나지만 와인을 담그기에는 적당하지 않아 현대의 와인 용 품종은 모두 비니페라 종이다.

 2000년 허난(河南)성 자후(賈湖)의 신석기 유적지에서 인류가 최초로 술을 담근 흔적이 발굴되었지만 이는 와인과는 거리가 멀다. 술의 원료가 쌀과 꿀, 산사나무 열매 및 포도였는데 포도는 술의 발효를 위해 넣은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중국에서는 곡물, 누룩과 함께 포도를 넣는 고유의 양조법이 존재했다.

포도에 관한 기록은 기원전 9세기에 쓰여진 시경(詩經)에 처음 나타난다. 머루를 뜻하는 ‘욱(薁)’과 덩굴을 뜻하는 ‘갈류(葛藟)’로 표현했는데 계절에 따라 야생 포도를 먹는 풍습을 적었다. 중국에서는 포도를 ‘葡萄’로, 와인은 ‘葡萄酒(푸타오지우)’라 한다. 고대 페르시아어의 바타(Bata)가 어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대로 쓴다. 후한의 반고(班固: 32~92)가 쓴 ‘한서(漢書)’에서는 포도를 蒲桃로 표기하는 등 蒲陶, 蒲萄, 葡桃처럼 여러가지 표기가 기록에 보이지만 16세기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1518~1593)이 지은 본초강목에 지금과 같이 표기된 이후 정착되었다.
 
한나라의 장안(長安)안에서 유럽으로 가려면 신장지역의 타림 분지에 있는 타클라마칸(Taklamakan)사막을 통과해야 한다. 이 길은 장장 1000km나 이어진다. 타클라마칸은 원시 튀르크어로 ‘돌아올 수 없는’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죽음의 사막으로 불린다. 하지만 이름의 첫번째 음절인 ‘타클리(Takli)’는 위구르족 말 ‘포도밭’에서 왔다.

기원전 138년, 장건은 전한(前漢: BC202~AD8)의 수도 장안을 떠나 편도 6400km에 이르는 머나먼 여정을 시작한다. 다음 편은 장건을 따라간다. 중국 와인에도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딜리버리N 대표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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