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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하늬 "이 영화는 운명…전사의 몸을 원했죠"

등록 2023.01.13 11: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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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서 독립 투사 박차경 역 맡아

"내가 선택한 게 아니라 작품이 날 선택"

"박차경의 깊은 내면 보여주고 싶었다"

"여리여리한 몸 포기…고강도 훈련 반복"

"폭풍 치던 시기 '유령'이 날 잡아줬다"

[인터뷰]이하늬 "이 영화는 운명…전사의 몸을 원했죠"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이하늬(40)는 1000만 영화에 나온 배우다('극한직업'). 시청률 20%를 넘긴 드라마에 나오기도 했다('열혈사제'). 연기력이 일취월장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16부작 드라마를 홀로 이끌다시피 한 적도 있다('원더우먼'). 그에겐 분명 히트작이 있다. 하지만 누군가 이하늬의 대표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답하기가 망설여진다. 대중이 그를 어떤 이미지로 각인할 정도로 강렬한 작품은 아직 만나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오는 18일부터는 이하늬에게도 대표작이 생길 것 같다. 영화 '유령'(1월18일 공개)이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이하늬는 이 영화를 "특별히 소중한 작품"이라고 했다. "제가 한 모드 작품은 하나같이 제 자식 같죠. 그런데 '유령'은 분명 제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입니다. 분기점이에요. 그런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이해영 감독이 연출한 '유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 조직 흑색단의 이야기를 그린다. 흑색단원 중 조선총독부에 잠입해 총독의 목숨을 노리는 스파이가 있고, 유령으로 불리는 이 인물을 잡기 위해 새로 부임한 총독부 경호대장이 용의자 5명을 외딴 호텔에 가두게 된다. 스파이를 잡으려는 경호대장과 혐의를 벗으려는 용의자들의 대결이 담긴 작품이다.

이하늬는 흑색단원 중 한 명인 '박차경'을 맡았다. 총독 암살과 조선 독립이라는 거사를 위해 목숨을 건 투사이면서 동시에 이 과정에서 수많은 동료를 잃은데다가 사랑하는 사람마저 떠나보낸 슬픔에 잠긴 외로운 인간이기도 하다. 이하늬는 대사도 많지 않고 표정 변화도 적은 박차경을 특유의 깊은 눈빛으로 연기한다. "겉으로 곧바로 드러나는 연기를 하다보면 어떤 인물의 깊은 곳, 표현을 넘어서는 곳에 있는 무언가를 연기하고 싶어지나봐요. 저도 그랬어요.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할 때, '유령'이 온 거예요. 가끔 어떤 작품은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이 저를 선택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유령'이 그랬어요."
[인터뷰]이하늬 "이 영화는 운명…전사의 몸을 원했죠"


이하늬는 박차경 내면의 분노와 슬픔은 넘치기 직전의 찰랑찰랑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거사를 위해 감정을 그 정도로만 유지하면서 올곧게 서 있어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죽고 싶지만 죽지 못하는, 제대로 죽기 위해서 그냥 죽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게 이하늬의 표현이었다. "레이어가 겹겹이 쌓여 있는 인물이죠. 아주 깊은 사람이에요. 뎁스가 있어요. 이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연기하는 재미이니까요."

이하늬를 괴롭힌 건 박차경의 내면만이 아니었다. 박차경은 잘 훈련된 남성도 이겨낼 수 있는 힘과 기술을 가진 말 그대로 투사다. 이하늬는 용의자 중 한 명인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준지'를 연기한 설경구와 수차례 맨몸 액션 연기를 보여주는 데 이어 각종 총기 액션, 그리고 흑색단 동료들과 호흡을 맞춘 단체 액션도 선보인다. 앞서 출연한 일부 영화·드라마에서 액션 연기를 경험했지만, 이렇게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한 건 '유령'이 처음이었다. 이하늬는 "여성 배우에게 어울릴 법한 여리여리한 몸은 포기했다. 벌키한 느낌의 전사의 몸을 갖기 위해 고강도 훈련을 했다"고 말했다.

"촬영 들어가기 8개월 전부터 무술 훈련을 했어요. 시간만 되면 했죠. 거의 매일 한 겁니다. 제가 원래 근육 운동을 일주일에 2~3번 했는데, 그것도 횟수를 늘렸어요. 강도도 높였죠. 총이 엄청나게 무거워서 그걸 들고 액션을 하려면 여리여리한 몸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정말 전사의 몸이 되고 싶었어요. 나보다 체급이 높은 남자도 이겨낼 수 있고,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 생존할 수 있는 그런 몸을 원했습니다. 크라브마가(Krav Maga)라는 무술까지 배울 정도였어요." 대사가 많지 않은 박차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기만 해도 온몸에서 그 단단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길 바랐다는 게 이하늬의 설명이었다.

최근 약 2년의 시간 동안 이하늬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유령'을 2021년에 촬영했고, 그해 11월에 결혼했으며, 다음 해 6월에 아이를 낳았다. 그리고 올해 1월에 '유령'이 세상에 나온다. 그는 이 시기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시기였다"고 했다. 이때 이하늬를 흔들리지 않게 단단하게 잡아준 게 '유령'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시기였어요.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유령'이 없었으면, 제가 그 시기를 잘 견딜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유령'은 저한테 정말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이제 이하늬는 딸을 돌보면서 배우 일도 해야 한다. 그는 출산 경험이 연기에 분명히 영향을 줄 거라고 했다. "더 편하고 여유로워질 것 같아요. 제가 어떻게 변했는지 빨리 현장에 나가서 확인해보고 싶어요. 제 연기가 어떻게 변할지 저도 궁금해요. 연기를 하게 되면 제 아이의 예쁜 모습을 못 보잖아요. 그럼 그 소중한 시간을 정말 잘 써야 돼요. 더 열심히 연기해야죠."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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