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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참상 '더 글로리'…10여년 지났지만 여전[세쓸통]

등록 2023.01.22 07:00:00수정 2023.01.22 09:5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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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드라마 '더 글로리', 2006년 청주 사건 기반

피해 응답 2012년부터 감소…"경각심 커진 증거"

2018년 반등, 신고도 늘어…"대처·방안인식 고조"

2020년 코로나에 주춤…"엔데믹 이후 대처해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안길호 감독, 김은숙 작가, 배우 송혜교 등 주역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20.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2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넷플릭스 '더 글로리' 제작발표회에서 안길호 감독, 김은숙 작가, 배우 송혜교 등 주역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2.20.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연진아, 오늘부터 내 꿈은 너야."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주인공 문동은(송혜교 역)은 학교폭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자퇴를 하면서 가해자 연진(임지연 역)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다짐하죠.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야"라고.

학폭 피해자가 20여 년 처절하게 준비해 가해자들에게 복수한다는 설정의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TV 비영어권 부문 전 세계 랭킹 1위에 올랐습니다. 심지어 본격적인 복수가 전개되는 '시즌2'가 공개되기 전인데도 말이죠.

국내외 인기 몰이를 한 매력, 어디에 있을까요. 많은 평론가들이 '학교폭력-복수'를 평범치 않게 풀어낸 김은숙 작가의 구성력과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습니다. 학폭이란 평범한 소재에, 드라마 단골 설정인 복수를 입혔음에도 전혀 뻔하지 않게 풀어간 그 능력을 높이 산 것이죠. 안타깝게도 드라마에서 뻔할 수 있는 '학폭 복수'는 현실에서 찾아보기 힘듭니다. 학폭 피해자가 트라우마를 이기고 복수까지 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죠.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쳐화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17년 전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2023.01.10. jyy@newsis.com

[청주=뉴시스] 연종영 기자 = 2006년 5월 29일 뉴시스가 보도한 '고데기 학교폭력 사건' 기사 캡쳐화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는 17년 전 충북 청주에서 벌어진 이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2023.01.10. [email protected]


드라마 속 가장 끔찍한 장면을 꼽자면 단연 '고데기 온도 체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가해자들이 피해자 온 몸을 고데기로 지지는 드라마 같은 이 장면은 지난 2006년 충북 청주시의 모 중학교에서 벌어진 실화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집니다. 이 사건 이후 학교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직접 그 해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 조사를 찾아봤습니다. 하지만 2006년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뉴시스가 2006년 5월29일 <"친구들이 무서워요" 여중생의 절규>란 제목의 단독 기사와 후속 10여개 기사로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진 사안인 데다,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04년 1월29일 관련 법이 제정됐는데도 말이죠.

교육부 관계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우리 사회에서 학폭에 대한 경각심은 지난 1995년 김종기 푸른나무재단 명예 이사장의 아들(고 김대현)이 16세에 학폭으로 생을 스스로 마감한 사건 이후로 커졌다"면서 "하지만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은 한참 이후인 2004년에서야 나왔고, 그마저도 유명무실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법은 2011년께 강화됐습니다. 그마저도 대구 중학생 집단 괴롭힘 사건이 터진 뒤였습니다. 교육부 관계자는 "그 이후부터 학폭 실태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2014년 발표된 것(2012년 데이터 포함)이 가장 오래된 자료"라고 전했습니다.

【세종=뉴시스】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세종=뉴시스】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다행히 실태조사를 시작한 2012년부터 학폭 피해 응답률은 꾸준히 감소했습니다. 교육부가 한국교육개발원에 위탁해 실시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 응답은 지난 2012년 12.3%에서 2013년 2.3%로 뚝 떨어졌죠. 2014년 1.4%, 2015년 1.0%, 2016년 0.9% 등 내림세를 이어갑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피해 응답자 78.4%가 피해 사실을 가족이나 학교, 친구 등에게 알렸다고 답했습니다. 이는 바로 직전 조사 대비 2.3%포인트 증가한 수치인데요. 교육부는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전 조사 대비 3.6%포인트 감소했다"며 "학폭 관련한 경각심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응답률은 2018년부터 다시 증가합니다. 2018년 1.3%, 2019년 1.6%를 기록했죠. 이에 교육부는 "학폭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증거"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2018년에 피해 사실을 주위에 알리거나 신고했다는 응답 비율도 80.9%로 이전보다 늘었다는 점입니다. 이에 교육부는 "학폭 대처방안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인식도 높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출처=교육부) *재판매 및 DB 금지

(출처=교육부) *재판매 및 DB 금지


응답률은 2020년 0.9%로 떨어집니다. 다만 2021년 1.1%에서 지난해 1.7%까지 반등하는데요.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 수업 등이 증가하면서 잠시 주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교육부의 학폭 사안 조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총 3만1240건에 달하던 학폭 사안 건수는 2020년 2만5903건으로 잠시 줄었던 것을 제외하면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21년에는 4만4444건까지 늘어났죠.

전문가들은 엔데믹 이후 새로운 유형의 학폭이 발생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병철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산 등 국가 재난상황에서 폭력 등 문제가 줄어들다 재난 이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사회·정서적 역량에 관련한 기본적인 소양을 배울 기회나 또래 사이 갈등을 조절하는 경험이 줄었고,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나 초조함을 어떻게 다뤄야 할 지 몰라 이것들이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학생들이 본인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나 문제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식 등을 익힐 수 있도록 학생들의 심리·정서적 지원을 위한전 사회적인 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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