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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못 믿을 아파트 계약률, 피해는 소비자 몫

등록 2023.01.30 14:37:57수정 2023.01.30 16: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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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침체에 계약률 비공개 사업장 늘어

부풀린 계약률로 소비자 현혹도 비일비재

건설사 배려에 소비자 알 권리 뒷전 취급

[기자수첩]못 믿을 아파트 계약률, 피해는 소비자 몫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최근 대구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한 직장인이 계약 취소를 요구하며 견본주택에 있는 모형을 파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화제가 됐다. 계약률이 30% 수준이라는 분양 대행사 말을 믿고 계약했지만 나중에 알게 된 실제 계약률은 16%였다. 허위 과장 광고에 속아 계약했다는 생각에 의자를 던지며 난동을 부린 것이었다.
 
이런 사건은 예견된 일이었다고 업계에서는 입은 모은다. 현행법상 비규제 지역에 공급되는 민간단지의 계약률 공개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 입장에선 분양에 불리할 때는 계약률을 공개하지 않는 게 통상적이다. 일각에선 감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완판 임박' 등 실제와 다른 과장된 계약률로 수요자를 현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 역시 계약률 정보는 비공개다. 60%대 후반이라는 추정치만 있을 뿐 시행사가 공표한 것은 없다. 의무도 아닌데 민감한 정보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극심한 불황에 계약률을 공개하는 건 건설사 입장에선 자살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선 사건처럼 건설사의 부풀린 계약률 광고에 속는 피해자가 잇따른다는 점이다. 특히 정부는 이달 초 비규제 지역을 수도권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했다. 전국적으로 이 같은 피해가 확산할 공산이 높은 셈인데 사실상의 불완전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건설사가 발표하는 계약률은 시기나 방법에 따라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말장난 같은 것"이라며 "숫자를 가지고 장난을 치면 소비자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한두 푼 하는 공산품이 아니다. 마트에 가서 공산품을 하나 살 때도 이것저것 비교해 가면서 고르는데 전 재산을 다 쏟아부어야 살 수 있는 아파트가 제한된 정보 속에서 '깜깜이'로 판매되고 있다. 정부의 과도한 건설사 배려 탓에 상대적 약자인 소비자의 알 권리는 뒷전 취급당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깜깜이 분양으로 인한 피해자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미분양 정보에 대한 공개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미분양 정보는 월 별로 공개되고 있지만 개별 아파트 단지에 미분양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건설사 요청이 있으면 지자체는 개별 단지 미분양 정보를 비공개 처리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최근 수도권에서 미분양 증가세가 가파른 인천의 경우 작년 12월 말 기준으로 27개 단지에서 미분양 물량 2494가구가 남았는데 이 중 어느 단지에서 얼마나 발생했는지 확인 가능한 단지는 6개 단지(266가구)에 불과하다. 전체의 78%에 해당하는 21개 단지(2328가구)는 건설사 비공개 요청에 따라 미분양 물량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가 건설사로부터 받아 취합하는 미분양 통계도 신뢰성을 담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건설사의 자발적인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고, 잘못된 자료를 내거나 일부러 허위로 제출해도 제재할 수단은 없다. 지금처럼 미분양 통계가 중요한 시기에 정부가 실제보다 과소 측정된 통계를 토대로 국가 정책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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